[서울=뉴스핌] 김기락ㆍ이정용 기자 = 오는 10일 문재인 정부 1주년을 맞이한 가운데, 개혁 대상인 검찰이 민낯을 드러내 국민적 지탄이 이어졌다.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의 ‘돈봉투만찬’을 비롯해 현직 검사가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윗선으로부터 수사 은폐 등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하는가 하면, 검찰 내 성추행 피해를 폭로한 여검사는 가해 혐의를 받는 전 검찰 간부의 구속영장 기각 소식을 들어야 했다.
8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2월 안미현 춘천지검 검사는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 과정에서 국회의원, 검찰 간부 등으로부터 외압을 받았다고 폭로해 현재 ‘강원랜드 채용비리 수사단’이 별도로 수사하고 있다.
수사단은 자유한국당 염동열 의원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고, 국회 체포동의안은 아직 통과되지 않았다.
염 의원은 강원랜드 교육생 선발 과정에서 수십 명의 지원자를 부당 채용하도록 청탁한 혐의(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업무방해)를 받고 있다. 또 수사단은 같은 혐의로 자유한국당 권성동 의원도 불러 조사했다.
대검찰청 산하 검찰개혁위원회는 “검찰은 ‘강원랜드 채용비리 관련 수사단’을 통해 관련자의 신분 또는 지위 고하를 막론하고 철저히 수사해 채용비리 및 관련 외압 의혹을 규명하고, 이와 관련된 정치적 중립성·공정성 논란이 없도록 만전을 기해야 한다”며 엄정 수사를 촉구했다.
검찰이 검찰 내부의 외압이 있었다고 폭로한 탓에 수사의 독립성을 가져야 검찰에 흠집이 더욱 커지게 됐다.
문무일 검찰총장은 16일 오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으로 출근하며 기자들이 이 전 대통령의 신병처리 방향 등을 묻자 “충실히 살펴보고 결정하겠다”고 말했다. 2018. 3. 16 yooksa@ |
올해 1월 검찰 내 성추행 피해 사실을 폭로한 통영지청 서지현 검사는 나도 당했다는 의미의 ‘#미투(MeToo)’ 운동을 촉발시켰다. 이는 검찰 성추행사건 진상규명 및 피해회복조사단(단장 조희진 서울동부지검장)의 조사로 이어졌다.
문화계 등에서 성추행 가해 혐의를 받은 피의자가 구속되는 등 사회 전반적으로 미투 운동이 퍼져 나갔으나, 정작 서 검사를 성추행하거나 인사 보복 의혹을 받은 안태근 전 검사장은 구속되지 않았다.
조희진 단장은 지난달 26일 중간수사결과 발표 자리에서 “최선을 다했다”고 자평했으나, 서지현 검사 대리인단은 “자정기회를 놓친 안타까운 수사”라며 비판적 입장으로 받아쳤다.
단적으로, 안 전 검사장을 비롯해 7명 중 현재 구속상태인 피고인은 한명도 없다. 조사단은 안 전 검사 등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했지만 법원에서 기각, 불구속기소에 그쳤다.
성추행 의혹을 받아온 현직 부장검사 역시 1심에서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받고 석방됐다.
법무부 성희롱·성범죄대책위원회는 조사단의 수사결과에 대해 “철저한 조사가 이뤄졌는지 의문”이라고 지적했다.
서울 서초동 한 중견 변호사는 “안 전 검사장의 성추행 의혹이 공소시효가 지난 것을 알고도 조사를 시작한, 모순된 조사”라고 지적했다.
문 대통령은 지난해 5월 취임 직후 이영렬 전 서울중앙지검장과 안태근 전 검사장 등의 감찰을 법무부와 검찰청에 지시했다. ‘돈봉투만찬’이 언론을 통해 알려져서다.
이 전 지검장은 지난해 4월 당시 안태근 전 검찰국장 등 법무부 소속 검사 3명과 저녁식사를 하면서, 이들에게 각 현금 100만원과 식사 등 금품을 제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정청탁 및 금품수수 금지에 관한 법률(청탁금지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이 전 지검장은 1심과 2심에서 무죄를 받았다. 검찰은 2심 판단에 불복해 대법원에 상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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