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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등록 분양대행사 단속강화에 소규모 업체 '난감'

기사등록 : 2018-05-08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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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설기술자 고용해도 인력활용방안 없어
대형 분양대행사는 '느긋'..소규모 분양대행사 '막막'

[서울=뉴스핌] 나은경 기자 = “사실상 돈 있고 규모 큰 분양대행사만 살아남으라는 얘기 아니겠어요?”

"정부가 내 건 조건을 충족할 수 있는 분양 대행사가 있을까요? 결국 분양 대행업이란 업종을 없애겠다는 의미로 밖에 해석되지 않습니다"

정부가 건설업 등록 면허가 없는 분양대행업체들의 아파트 청약 관련 업무를 전격 금지하면서 상대적으로 소규모 분양대행사들이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건설업 면허 취득 요건이 소규모 분양대행사에 큰 부담으로 다가오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분양대행업체가 전체 업무의 상당부분을 차지하는 아파트 청약 업무를 포기하기도 어렵다. 반면 건설업 면허를 취득할 여력이 있는 분양대행사는 상대적으로 느긋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8일 부동산 분양대행업계에 따르면 정부의 무등록업체 분양 대행 중단 방침에 따라 소규모 대행업체들 대부분이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다. 

지난 3일 국토교통부는 건설업 무면허업체의 주택청약신청 관련 업무를 규제하는 ‘무등록 분양대행업체에 대한 분양대행 업무 금지 등 준수 철저 협조’ 공문을 한국주택협회에 보냈다. 이 공문에 따르면 무등록 업체가 분양대행 업무를 맡을 경우 주택법 제94조에 따라 ▲1차 위반시 경고 ▲2차 위반시 영업정지 3개월 ▲3차 위반시 영업정지 6개월의 행정처분을 받을 수 있다.

올해 개관한 수도권 견본주택 내부 모습 <사진=나은경 기자>

주택공급에 관한 규칙 제50조 4항에 따르면 ‘사업주체는 제23조 및 제24조에 따라 주택공급신청자가 제출한 서류의 확인 등의 업무를 건설업자에게 대행하게 할 수 있다. 이 경우 사업주체는 건설업자가 이 규칙에서 정한 절차와 기준에 따르도록 감독해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면허 취득 요건도 소규모 분양대행사에는 문턱이 높다.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기 위해서는 자본금 5억원 이상, 중급 이상 건설기술자 2명이 포함된 건축기사 5명 이상 상시고용이라는 조건을 충족시켜야 한다. 소규모 분양대행사는 건설기술자 5명을 상시고용해야 한다는 부분에서 가장 큰 부담을 느낀다고 말한다. 분양대행사가 맡는 업무 특성상 상시고용한 건설기술자 인력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아서다.

하지만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은 “이런 규정이 있었는지 이번에야 알았다”고 입을 모은다. 아파트 청약업무는 관례적으로 분양대행사가 해오던 일들로 사문화된 규정이라는 것. 현실이 이렇다 보니 건설업 면허를 취득한 분양대행사는 분양대행부터 시행까지 겸업하는 일부 대형 회사들뿐이다.

D분양대행사 관계자는 “전체 분양대행업계에서 건설업 면허를 가진 분양대행사는 1% 미만이라고 본다”며 “분양대행사가 하는 일 자체가 건설업 면허가 불필요한 일이었기 때문에 시행까지 겸하는 곳이 아니고서는 면허를 가진 분양대행사가 없었다”고 말했다.

분양대행사 관계자들은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지 않을 수 없다면서도 면허 유지를 위한 비용이 부담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C분양대행사 관계자는 “건설업 면허를 취득하려면 건설기술자 5명을 상시고용해야 하는데 마케팅을 주 업무로 하는 분양대행사에서 건설기술자 인력활용 방안이 마땅치 않다”며 “사실상 연봉을 2000만원 이상 주면서 그 사람들의 면허만 활용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건설기술자를 상시 고용할 능력이 되는 대규모 분양대행사만 대행업무를 하라는 얘기”라며 목청을 높였다.

더욱이 이들 건설기술자들도 분양대행사에 입사할 이유가 그다지 없다. 주로 건설 시공부문 기술자인 이들 인력은 분양대행사로 갈 경우 경력 관리에 문제가 생긴다. 이렇게 되면 결국 은퇴한 노령 기술자 가운데 기술자격증을 보유한 사람을 사실상 '비상근' 형태로 뽑을 수밖에 없게 된다.

반면 규모가 크고 시행사를 겸하는 분양대행사들은 이번 정부 규제에 상대적으로 침착한 분위기다.

M분양대행사 관계자는 “법인은 분리돼 있지만 모회사 소속 시행부문이 있기 때문에 인력활용에 있어 조율할 수 있는 여지가 있다”며 “시행업을 같이 하지 않는 전문 분양대행업체들은 건설기술자 인건비가 부담으로 느껴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 분양대행사는 시행법인과 대행법인이 분리된 회사다. 시행법인은 건설업 면허가 있지만 대행법인은 현재 건설업 면허 취득을 추진 중이다. 이 회사는 건설업 면허 취득에 걸리는 1~2개월 동안은 건설사와 분양업무를 분담해 진행하기로 했다. 이 회사 관계자는 향후 계획을 묻는 질문에 “면허 취득 전 과도기 동안은 국토부가 공문에서 언급한  대로 특별공급 서류 접수나 부적격자 검수는 건설사에서 도맡고 단순 마케팅 업무만 우리 쪽에서 진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nanana@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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