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노민호 기자 =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7일부터 8일까지 1박 2일 간의 일정으로 중국을 찾아 랴오닝(遼寧)성 다롄(大連)시에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만났다. 김 위원장의 행보를 두고 또 다시 ‘파격적’이라는 말이 따라붙고 있다.
김 위원장이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극비 방중'을 단행했다는 사실 외에도 이번 밀행길에는 크게 세가지 미스터리를 남기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① 北 최고지도자, 안전성 때문에 전용기를 타고 간 사례 없었는데..
먼저 전용기인 ‘참매 1호’를 이용한 첫 해외 방문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김 위원장은 지난 3월 첫 번째 방중 때 전용열차를 이용했다. 이를 두고 고소공포증 때문에 전용열차를 애용했던 부친 김정일 국방위원장과 닮은꼴이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김 위원장은 전용기를 이용한 방중으로 몇가지 ‘성과’를 거둬들인 것으로 보인다. 안전성과 고소공포증 등을 이유로 비행기 탑승을 꺼려한다는 추측을 불식시킨 것은 물론 의전을 최소화하면서 실용주의적 성격을 갖췄다는 평가가 나온다. 스스럼없는 모습에는 30대의 젊음과 스위스 유학 경험에서 나오는 자신감이 깔려있다는 해석도 있다.
[다롄 신화사=뉴스핌] 이동현 기자=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랴오닝성 다롄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회동하고 있다. |
② 43일만에 중국을 두번이나 방문한 사례도 없다는데..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정확히 43일 만에 이뤄졌다. 한 달을 조금 넘긴 기간이다. 이토록 짧은 시간에 북한 정상의 두차례 중국 방문은 전례가 없던 일이다. 앞서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10년과 2011년 석달 간격으로 중국을 방문한 적은 있다. 그 당시에도 주요 외신들이 김 위원장이 후계 구도를 놓고 매우 긴박하게 중국 최고 지도부와 협의를 하는 것으로 긴급 타전한 바 있다.
김 위원장의 '극비 방중'을 두고 이달말 또는 6월초로 전망되는 북·미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들어오면서 ‘북·중 혈맹’을 다시 한 번 강조하기 위한 행보, 예컨대 격식이나 과거 전례를 따지지 않는 김 위원장의 성격이 반영된 것이라는 말이 나온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8일 중국 다롄 해변가에서 시진핑 주석과 만나 담소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③ 남의 집 '빅이벤트(한중일정상회담)' 앞두고 갑자기 끼어들었는데..
한·중·일 정상회의를 불과 이틀 앞두고 전격적으로 정상회담이 이뤄졌다는 점도 의미심장하다. 최근 일본이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와 같은 비핵화 방법론을 계속 언급하고 있는 상황임을 감안한다면, 김 위원장의 이번 방중은 또 다른 해석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국가정상급의 의전행사가 예정돼있다면 통상 하루이틀 전에 갑작스럽게 일정을 추가하지는 않는다. 한중일정상회담이 리커창 총리가 중국을 대표해 참석한다고 하더라도, 김 위원장과 시진핑 주석간 정상회담은 이례적이다. 외교가에서도 전혀 예정돼있지 않은 '극비 프로젝트'로 순식간에 치뤄진 '밀실 정상회담'이라고 할 수 있어서다.
이에 대해 한 대북 전문가는 "북미회담을 앞두고 트럼프 미 대통령이 북한에 대한 요구조건을 일반의 예상보다 크게 높였을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며 "이 경우 북미회담의 결과 여부에 따라 북미관계의 큰 변화가 예상되는만큼 사전에 강력한 아군을 집 뒤에 포진시키고 전장에 나가려는 포석일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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