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유수진 기자 = "어제 잠을 하나도 못 잤네요. 억울하고 또 억울해서요. 국토부와 경영층의 잘못에 대한 책임을 그저 열심히 회사 키워보겠다고 노력한 직원들에게 전가하다니요."
저비용항공사(LCC)진에어의 한 직원은 9일 오전 회사 동료들이 모여 있는 카카오톡 오픈채팅방에 이같은 글을 올렸다. 국토교통부가 최근 비공개 회의를 개최,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검토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답답함을 토로한 것이다.
[서울=뉴스핌] 김학선 기자 = 대한항공 총수 일가의 '갑질 논란'을 촉발한 조현민 전 대항항공 전무가 지난 1일 오전 폭행 및 업무방해 혐의 등 피의자 신분으로 조사를 받기 위해 서울 강서경찰서로 출석하고 있다. 2018.05.01 yooksa@newspim.com |
진에어 직원들이 마음을 졸이고 있다.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대한항공 전무가 과거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로 재직했던 사실과 관련, 국토부가 진에어에 책임을 물으려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위법 논란이 면허 취소나 정지로 이어져 행여 직접적인 피해를 입게 될까봐 걱정하고 있는 것.
실제로 해당 채팅방은 전날 저녁 국토부가 비공개 회의에서 진에어의 면허 취소를 검토했다는 KBS의 보도가 나온 직후 눈에 띄게 술렁였다. 직원들은 해당 내용을 서로 공유하면서 "진에어에도 불똥이 튀게 생겼다"고 애를 태웠다.
그 중 일부는 진에어 직원들도 대한항공의 2차 촛불집회에 참가, 자유발언 등을 통해 조 전무와 진에어를 분리 인식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 전무를 포함, 조양호 회장 일가의 잘못 때문에 회사가 피해를 입는 건 막아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한 직원은 "지니(진에어 직원)들도 빨리 의견을 모아 대한항공 2차 집회에서 의사표시를 해야 한다"며 "오너가와 회사를 속히 분리시켜야 한다. 조현민과 회사를 따로 인식시킬 계기가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에 다른 직원들도 동의를 표하며 대한항공의 집회에 함께 참여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한 직원은 "면허취소가 거론되기까지 만든 장본인은 조현민과 조씨 일가"라며 "우리가 분노해야 한다. 집회에 꼭 나가자"고 독려하기도 했다.
국토부의 관리 소홀을 지적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이들은 당시 국토부가 제대로 제재를 가하지 않아놓고 뒤늦게 문제가 불거지자 잘못을 떠넘기려 한다며 분노를 표했다.
한 직원은 "국토부는 (조 전무가) 등기이사 등록할 때 가만히 있어놓고 이제 와서 우리를 실업자로 만드는 것 아닌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 직원은 "면허취소로 (결론이) 난다면 (국토부가 있는) 세종시에 가서 단식투쟁이라도 하겠다"고 말하기도 했다.
현재 국토부는 조 전 전무의 등기이사 재직 불법 논란과 관련, 항공면허 취소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확정된 사안은 없다.
국토부 관계자는 "면허취소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검토 중"이라면서도 "어떻게 할지는 아직 아무것도 결정되지 않았다"고 말을 아꼈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미국 국적인 조현민 전 전무(조 에밀리 리)는 지난 2010년 3월부터 2016년 3월까지 6년간 진에어 등기이사를 지내다 사임했다.
그러다 지난달 '물컵 투척' 사건 이후 현행 항공사업법과 항공안전법상 '대한민국 국민이 아닌 사람'은 국적항공사 등기임원을 맡을 수 없도록 규정한다는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며 불법 논란에 휘말렸다. 이에 대해 진에어 측은 "당시 논란의 소지가 있어 조 전무가 사임했다"고만 짧게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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