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의 이란 핵협정 탈퇴로 상승 탄력을 받은 국제 유가가 내년 100달러까지 뛸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이 위축될 여지가 높은 데다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이 급감, 유가를 끌어올릴 것이라는 얘기다.
원유 저장 시설 <출처=블룸버그> |
10일(현지시각)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는 보고서를 통해 앞으로 18개월동안 글로벌 원유 수급 균형이 흔들릴 것으로 예상하고, 브렌트유가 내년 배럴당 100달러 선을 뚫고 오를 것이라는 전망을 제시했다.
2018년과 2019년 각각 하루 63만배럴과 30만배럴의 원유 공급 부족이 발생, 장기간 공급 과잉으로 홍역을 치른 시장 상황이 급변할 것이라는 관측이다.
무엇보다 공급망의 혼란이 단시일 안에 고조될 수 있다고 BofA는 주장했다. 미국이 앞으로 6개월 사이 이란에 대해 제재를 가할 것으로 보이는 데다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의 감산이 지속, 원유 공급에 이중 압박을 가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에 베네수엘라의 원유 생산 급감도 유가 상승에 탄력을 더해줄 수 있는 요인으로 꼽힌다.
이날 영국 파이낸셜타임즈(FT)에 따르면 JBC에너지 역시 이란의 원유 수출 급감으로 인해 국제 유가 세 자릿수 시대가 재개될 것이라는 의견을 내놓았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이미 유럽을 중심으로 원유 트레이더와 정제 업체들은 이란산 원유 거래를 축소하고 나섰다.
스페인의 원유 정제 업체 시아 에스파놀라 데 페트롤레오스 측은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제재나 엠바고가 강행될 경우 이란과 관계된 기존의 설비 가동을 중단하고 다른 공급원을 물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구한 원유 트레이딩 업체는 직원들에게 이란과 연계된 거래를 체결하기 전 반드시 적법성 여부에 대한 컨설팅을 받을 것을 지시했다.
이날 장 초반 뉴욕상업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0.5% 가량 하락했지만 여전히 배럴당 70달러 선에서 거래, 2014년 11월 이후 최고치에서 등락했다.
유가 상승 흐름이 잠시 진정된 것으로 보이지만 일선 트레이더와 석유업체를 중심으로 혼란이 이미 가시화되는 상황이다.
월스트리트저널(WSJ) 역시 미국의 이란 제재로 인해 일부 원유 공급 채널이 막히는 등 혼란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보도했다.
이란 석유부에 따르면 지난달 원유 수출 규모가 하루 270만배럴을 상회, 사상 최고치에 달했다. 이는 글로벌 원유 수요의 3%에 달하는 수치다.
미국의 제재로 인해 이란의 원유 수출에 제동이 걸릴 경우 파장이 작지 않을 것이라는 계산을 가능케 하는 대목이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