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전민준 기자= 르노삼성자동차가 ‘삼성’ 상표권(브랜드) 사용기간을 10년에서 2년으로 줄이고 홀로서기에 들어간다. 그 첫 단계로 르노그룹의 프랑스‧스웨덴 등 유럽공장에서 생산‧수입하는 모델엔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단다는 방침이다.
11일 르노삼성차 및 관련업계에 따르면 프랑스 르노그룹과 르노삼성차는 오는 2020년 이후 삼성 브랜드 사용기간을 최소 2년에서 최대 3년으로 축소하는 걸 유력하게 검토하고 있다.
르노삼성차는 현재 르노가 79.9%, 삼성카드가 19.9%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2000년 삼성자동차를 인수한 르노그룹은 한국 시장 안착에 삼성 브랜드가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해 삼성과 상표권 사용 계약을 맺었다. 지금까지 상표권 사용기간은 매번 10년 단위로 갱신해, 다음 재계약 시점은 2020년 말이다.
르노삼성차 홍보실 고위 관계자는 “르노그룹, 르노삼성차 그리고 삼성은 관행상 10년 단위로 했지만, 계약조항을 보면 그 기간을 유동적으로 조정할 수 있다고 명시돼 있다”며 “차후에는 2~3년까지 줄이겠지만 아직 확정한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르노그룹 엠블럼.<사진=르노삼성자동차> |
르노삼성차는 상표권 사용료로 삼성전자에 연간 매출의 0.8%를 지급하고 있다. 지난해 르노삼성차가 삼성전자에 낸 브랜드 사용료는 500억원 가량으로 알려졌다.
자동차 업계에서는 르노 독자 로고 인지도가 쌓이면 2020년 삼성카드와 상표권 계약을 갱신하지 않을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매년 수백억원대 상표 사용료가 부담인데다 자동차 시장에서 삼성 브랜드가 미치는 영향력도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오는 이달 출시한 소형 해치백 '클리오'에는 르노삼성차의 ‘태풍의 눈’ 엠블럼이 아닌 르노그룹의 ‘다이아몬드’를 장착했다.
클리오는 지난해 전 세계적으로 44만 대 넘게 팔린 르노그룹의 인기 제품 중 하나다. 지난해 르노 차량 중 두 번째로 많이 팔렸다. 트위지 등 초소형 전기자동차 같은 특수 모델이 아닌 볼륨 모델에 르노 엠블럼을 다는 것은 2000년 회사 설립 이후 처음이다.
르노삼성차가 2020년 이후 '삼성' 브랜드를 사용하지 않을 것이란 전망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이와 관련해 도미니크 시뇨라 르노삼성차 사장은 이날 열린 ‘자동차의 날’ 행사장에서 기자들과 만나 "삼성과의 파트너십은 가장 큰 자산으로 아직 그 파트너십을 중단할 생각은 없다"면서도 "2020년 계약 종료 이후 결정에 대해선 아직은 모를 일"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시뇨라 사장은 "이번에 클리오로 국내 시장에서 새로운 시도를 해 본 뒤 유럽 감성을 지닌 르노 브랜드 승용차 추가 수입판매를 고려해 볼 것"이라고 했다.
올해 르노삼성차가 들여올 르노그룹 모델은 전기 밴(화물을 실을 수 있는 화물칸이 달려 있는 차량)이 있다. 르노삼성차에 따르면 이 모델엔 ‘다이아몬드’ 엠블럼을 장착할 예정이다.
minjun84@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