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정경환 기자 = 북한이 16일 돌연 남북고위급회담을 취소하면서 남북 정상 간 '핫라인(Hot Line, 직통전화)' 통화가 주목받고 있습니다. 회담 당일 새벽 북측이 느닷없이 어깃장을 놓은 것인데, 핫라인이란 게 이럴 때 쓰라고 있는 게 아니냔 얘깁니다. 다만 아직은 문재인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간 핫라인 통화 계획은 전해지지 않고 있습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날 문 대통령과 김 위원장 간 핫라인 통화 여부에 대해 "현재로선 계획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남북 정상 간 핫라인은 설치 이후 한 달 가까이 벨 소리가 들리지 않고 있습니다. 앞서 지난 4월 20일, 분단 70년 이래 처음으로 남북 최고 지도자 간 핫라인이 개통됐습니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가 전화선으로 연결된 것이죠.
이후 두 정상이 핫라인을 이용해 언제 첫 통화를 할지가 초미의 관심사였고, 청와대는 조만간 이뤄질 것이라고 밝히면서 핫라인 통화 가능성이 유효함을 주지시켜 왔습니다. 특히, 청와대는 북미정상회담 일정이 정해지면 그걸 계기로 남북 정상이 통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지만, 지난 10일 북미정상회담이 확정된 후에도 아직까지 핫라인은 개점휴업 상태입니다.
이와 관련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은 이날 한 인터뷰에서 "핫라인 가동 소식이 없어서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더니 이런 일들이 물밑에서 일어나고 있었기 때문인가 하는 생각도 든다"며 "아마 오늘 중으로 (핫라인 통화를) 하지 않겠나 생각한다"고 말했습니다.
청와대와 북한 국무위원회 간 핫라인이 지난 20일 개통됐다. <사진=청와대> |
하지만 일이 그리 간단치는 않아 보입니다. 북측이 일방적으로 고위급회담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알려왔음에도 그 진의를 알기도, 물밑 조율도 힘든 상황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남북 정상 간 첫 핫라인 통화는 이번에도 이뤄지지 않을 것 같은 분위기가 역력합니다.
핫라인이란 것이, 적어도 남북 간의 핫라인은 서로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만 가능한 것은 아닌가 싶어 왠지 씁쓸해집니다.
종잡을 수 없는 북한을 상대로 하는 우리 정부 입장으로선, 핫라인 역시 북한의 일방적인 송신이 있어야 가능한 것은 아닌지 말입니다.
이런 답답한 심정은 이날 하루 청와대의 모습을 봐도 여실히 드러납니다.
이날 청와대를 취재하는 기자들이 모인 춘추관은 여느 수요일에 비해 꽤 조용했습니다. 새벽에 북한의 고위급회담 취소 통보가 있었던 것을 생각하면, 이상하리만치 잠잠했다는 것이죠.
평소에도 주요 현안이 있을 때마다 하루 1~2차례 정도 예정에 없던 브리핑 또는 간담회를 열곤 했던 청와대입니다.
그런데 이날은 오히려 원래 예정됐던 브리핑마저 취소했습니다. 매일 아침 춘추관에서 그날 대통령 일정을 중심으로 브리핑하고 기자들의 질문을 받았는데 이를 하지 않기로 한 것이죠. 물론 이날 문 대통령의 공식 일정은 없었습니다만, 지금껏 일정이 없을 때에도 거의 빠짐없이 브리핑은 진행됐습니다.
하루종일 미동도 하지 않던 청와대가 오후 느즈막이 입을 열었습니다. 국민소통수석이 북한의 고위급회담 취소와 관련한 입장을 곧 낼 거라고 말이죠. 그런데 이것이 또 금방 취소될 뻔 합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들의 문의가 많아 원론적인 입장 발표라도 하려고 했는데, '원론적 입장을 굳이 내서 또 뭐하겠나'라는 반론이 있어 논의 중"이라고 전했습니다.
이 관계자는 그러면서 "북측의 고위급회담 취소 통보와 관련해 '진중하게 주시하겠다'는 기조에서 바뀐 건 없다"고 덧붙였습니다.
hoa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