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해=뉴스핌] 김선엽 기자 = 23일 경남 김해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추모식은 비장함과 숙연함 대신 넉살과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에서 열렸다. 참석자들은 노 전 대통령의 생전 영상을 보며 반가운 마음에 눈물을 삼키다가도 1년 전 정권교체의 의미를 되새기며 기쁨의 미소를 지었다.
아울러 참석자들은 남북화해 분위기가 무르익는 현 정세를 짚으며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해 모두가 함께 한 걸음씩 내딛자고 다짐했다.
노무현 전 대통령의 아들 건호 씨가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에서 열린 노 전 대통령 9주기 추모식에서 방문객들에게 인사를 하고 있다.<사진=김선엽 기자> |
◆ 이해찬 "文 대통령 방미 중...다른 두 대통령은 어디 있는지 몰라" 우회적으로 꼬집어
노 전 대통령 서거 9주기 공식 추도식이 23일 오후 2시 경남 김해시 진영읍 봉하마을 대통령 묘역에서 시민들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이해찬 노무현재단 이사장은 인사말씀을 통해 "문재인 대통령은 임기 중 이곳에 오지 않겠다고 지난해 약속하고 방미 중"이라며 "그런데 다른 두 분의 대통령은 어디 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현재 구속 수감 돼 재판을 받고 있는 이명박 전 대통령과 박근혜 전 대통령의 처지를 빗대 너스레를 떨었다.
이어 그는 "이렇게 세상은 전진하고 변화한다"며 1년 전 정권교체가 가져 온 변화의 의미를 강조했다.
유족 대표로 나선 노 전 대통령의 아들 노건호씨도 엄숙함 대신 가병운 농담으로 말문을 열었다. 그는 "지난 1년 동안 많은 일들이 일어났다"며 "머리가 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이어 "상심에 빠져 있는 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을 건넨다"고 웃음을 지었다.
23일 경남 김해시 봉하마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를 찾은 시민들<사진=김선엽 기자> |
◆ 정세균 국회의장 "탁주처럼 걸쭉한 노 전 대통령의 목소리가 그립다"
참석자들은 1년 전 정권교체와 더불어 대한민국에 민주화가 꽃을 피우고 한반도에 평화의 기웃이 깃드는데 고인이 큰 밑거름이 됐다고 입을 모았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사람 사는 세상, 살맛 나는 세상의 문은 활짝 열렸지만 그 기쁨만큼이나 당신의 빈자리가 아쉽기만 합니다"라며 "굵게 패인 주름 속에 빛나던 넉넉한 미소, 탁주처럼 걸쭉한 당신의 소탈한 목소리가 참으로 그리운 오늘입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지금 한반도에는 평화의 봄기운이 넘실대고 있습니다. 어떤 겨울도 결코 봄을 이길 수 없습니다. 오늘 우리가 맞이하고 있는 한반도의 봄은 70년 세월이 만들어낸 반목과 갈등의 빙하를 녹이고 평화와 번영의 꽃을 기어코 피워낼 것입니다"라고 강조했다.
'평화가 온다'를 주제로 열린 이번 추도식에는 권양숙 여사 등 유족, 정세균 국회의장 및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이정미 대표 등 정당대표, 이해찬 이사장과 이재정·정영애·윤태영·전해철·이광재·차성수·천호선 이사 등 노무현재단 임원 및 참여정부 인사, 국회의원, 지자체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김대중 대통령 유족을 대표해 김홍걸 민족화해협력범국민협의회 대표상임의장이, 정부 측에서는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대통령비서실 한병도 정무수석 등이 참석했다.
또 가수 이승철씨가 2009년 발표곡 ‘그런 사람 또 없습니다’로 추모무대에 섰다. 이날 추도식은 사람사는세상 홈페이지와 페이스북 라이브 등을 통해 생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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