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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컬처톡]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능수능란한 김준현·김보경 페어, 원작의 감동을 그대로

기사등록 : 2018-05-26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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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양진영 기자 = 세계적인 고전을 원작으로 한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황혼의 노을처럼 강렬한 감동으로 관객들의 마음을 물들인다.

3년 만에 돌아온 뮤지컬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가 25일 현재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중이다. 주연인 스칼렛 오하라와 레트 버틀러 역에 바다, 김보경, 루나, 신성우, 김준현, 테이가 출연하며 개성 넘치는 라인업을 완성했다. MBC 에브리원 '캐스팅콜' 우승을 차지한 백승렬, 최지이가 합류하며 신선함도 더했다.

베일을 벗은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삼연에서는 우리가 기대하는, '바람사'의 명장면들을 모두 만날 수 있었다. 김보경의 스칼렛, 김준현의 레트는 뮤지컬을 보러온 이들을 만족시킬 만한, 격정적인 멜로 호흡을 보여줬다. 초·재연에서 지적됐던 허전함은 개연성으로 채워졌다. 마치 학창 시절 읽던 고전 명작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무대 위로 고스란히 옮겨놓은 느낌이었다.

◆ 서사보다 빛난 열정의 캐릭터, 김보경·김준현 페어의 힘

김보경이 연기하는 스칼렛은 마냥 철부지 같다가도, 위기의 순간에 강인함을 발휘하는 치명적인 매력의 여자였다. 첫사랑인 애슐리 앞에서는 당돌함을 감춘 소녀같다가도, 전쟁과 파산 위기를 극복해내는 장면과 넘버에서는 누구보다 억척스러워 보였다. 초반부 다소 표현이 과도하게 느껴져도, 이내 그의 해석에 수긍하게 된다. 애슐리, 카네기, 레트를 거치며 변화하는 스칼렛의 감정을 따라가다 보면, 극이 끝날 때 즈음 그녀의 매력에 푹 빠지게 된다.

올해만 '더 라스트 키스', '삼총사'를 거쳐온 김준현은 개막 전부터 외모 싱크로율 100%의 레트 버틀러로 주목받았다. 그는 레트를 냉철한 현실주의자이면서도 내면에 뜨거운 열정을 지닌, 매력적인 남자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섬세하고 노련한 연기는 믿음직했고 넘버에 고음이 없어도 빼어난 보컬과 탄탄한 성량은 객석을 휘어잡았다. 마치 '바람사'를 보러온 관객을 모두 그의 팬으로 만들어버릴 기세였다. 사랑스러운 스칼렛과 능수능란한 레트를 선보이는 김보경, 김준현 페어의 힘은 '바람사'의 강력한 흥행 무기다.

유모 역의 최현선은 스칼렛, 레트와 함께 연기하는 신부터 흑인 노예들의 앙상블 장면까지 꽤나 많은 분량을 훌륭히 소화하며 극의 완성도에 일조했다. 빅 샘 역을 맡은 박유겸은 대사 없이 넘버로만 흑인 노예들의 감정을 표현해야 했음에도 제 몫을 해냈다. 여기에 벨 와틀링 역의 임진아까지 수많은 배우들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인물을 무대 위에 펼쳐냈다.

◆ 정확하고 분명한 타겟 연령층, 득 될까 독 될까

'바람사'의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은 뚜렷한 타깃 관객층이 있다는 사실이다. 마치 90년대 가요나 가곡을 연상시키는 넘버를, 배우들도 당시의 느낌을 가득 담아서 불러낸다. 의도된 연출임에 분명하지만 젊은 연령대의 관객에겐 조금 올드한 느낌이 없지 않다. 그 덕에, 또 50대 이상 관객에게 할인을 제공한 덕에 '바람사'의 객석은 이미 중장년들로 가득 차 있다. 물론 5060세대가 적극적인 문화 소비계층이 아니라는 점에서, 이들을 공연장으로 불러낸 시도는 꽤 유의미하다고 볼 수도 있다.

다행히 책으로, 영화로 널리 알려진 '바람사'의 매력은 여전하다. 중년 관객에게는 젊은 시절 봤던 동명 영화의 장면에 담긴 향수를, 젊은이들에겐 원작 소설을 읽던 당시의 추억을, 어린이들에게는 무대로 만나는 명작의 감동을 선사한다. 열정의 황혼 키스신과, 상복만 세 벌을 갈아입는 스칼렛의 화려한 의상 등 볼 거리도 가득하다. 오는 7월29일까지 샤롯데씨어터에서 공연.  

jyyan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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