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엽 기자 = 북미정상회담이 무산된 것과 관련,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특보(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북미 간 의제 조율이 실패한 상황에서 미국 내 네오콘(미 공화당의 신보수주의 세력) 세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문 특보는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토론회에 참석, 기조연설을 통해 이같이 말했다.
◆ 북미회담 전격 취소 왜? "의제 조율 실패+네오콘의 입김"
트럼프 대통령이 북미회담을 취소한 이유에 대해 문 특보는 가장 먼저 의제 조율 실패를 들었다.
문 특보는 "CVID(완전하고 검증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핵 폐기)를 하느냐 마느냐, 순서를 어떻게 ‘선폐기 후보상’인지, 동시 보상인지 북한과 충분한 교감이 없었다"며 "그 상태에서 정상회담을 하면 실패할 수 있어 시간을 갖고 의제를 조율하고 나서 정상회담을 하겠다는 의지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특별학술토론회에 참석해 기조연설을 하고 있다.<사진=김선엽 기자> |
북미 간 메시지 관리가 안 된 것도 하나의 이유로 들었다.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만난 이후 존 볼튼 미 국가안보보좌관과 북한 김계관 외무성 제1부상·최선희 외무성 부상이 거친 발언을 주고받으며 관계가 틀어졌다는 지적이다.
그는 "기(氣) 싸움 때문인지 몰라도 잘못된 언술(言述)을 교환함으로서 사태가 어려워졌다"고 분석했다. 문 특보가 말한 '언술'은 일정한 사실을 자세히 풀어 말하는 기술이다. 결국 미국과 북한 고위관료들의 말싸움, 예컨대 언어 전달에 문제가 있었다는 지적이다.
문 특보는 펜스 미 부통령, 볼튼 보좌관 등 네오콘 세력의 입김이 크게 작용한 것도 이유로 봤다.
문 특보는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6월12일 북미정상회담을 나가자고 했을 텐데, 폼페이오와 펜스 부통령-볼튼 안보보좌관이 논쟁을 하다가 트럼프가 취소하자고 결정했다고 뉴욕타임스가 보도했다"고 전했다. 이어 "네오콘의 승리라는 해석이 가능하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풍계리 핵실험장 폐기에 언론인만 부르고 전문가를 부르지 않은 것을 미국이 문제 삼았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여러 변수가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이번에는 취소하자고 한 것"이라고 정리했다.
◆ 향후 전망은? "美·北 대응 볼 때 비관적 상황은 아냐..."
다음달 12일로 예정됐던 북미정상회담은 취소됐지만 미국이나 북한의 대응을 볼 때 비관적인 상황이 아니라고 봤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특임교수가 25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남북정상회담과 한반도의 미래' 특별학술토론회에 참석한 뒤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사진=김선엽 기자> |
문 특보는 "만약 북한이 핵실험을 계속 하는 과정에서 협상의 돌파구가 마련됐다가 이런 사태면 걱정하지만, 지금은 북한이 억류 미국인을 풀어주고 풍계리 핵실험장을 폭파 폐쇄하는 등 좋은 행보를 보이고 있다가 이런 일이 발생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또 트럼프 대통령이 '리비아 모델'이 아닌 '트럼프 모델'을 거론했는데 이것이 북한이 주장하는 단계적 해법과 유사하다고 지적했다. 북한과 미국이 재협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는 설명이다.
또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김영철 북한 노동당 중앙위 부위원장 겸 통일전선부장 라인이 살아있는데다가 이란을 상대해야 하는 미국 입장에서 북한 문제도 파국으로 몰고 갈 수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문 특보는 "이란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지만 북한과는 얼마든 협상을 통해 11월 전에 대화를 재개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트럼프 대통령의 회담 취소 통보 이후 북한이 내놓은 대응에 대해서도 긍정적 평가를 내놨다. 그는 "북한의 자제가 중요하다"며 "미국이 저렇게 공격적으로 나왔다고 북한이 군사적 도발로 가면 파국"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다행히 오늘 아침 김계관 북한 외무성 부상의 담화를 보면 상당히 세련됐고 점잖고 정제됐다"며 "미국과의 대화 의지를 저렇게 강력히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표시한 상황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해 사실상 공세적 행동을 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한편 문 특보는 최근 자신을 둘러싼 '돌출 발언' 논란을 의식한 듯 "청와대와 합의된 내용을 발표하는게 아니라 학자적 관점에서 발표하는 것이니 특보가 아닌 교수로 보도해달라"고 요청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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