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정용 기자 = 판사들의 정치적 성향 등을 사찰해왔다는 이른바 '사법부 블랙리스트'의 진상이 밝혀지면서, 법원 수사에 대한 검찰의 '시간끌기' 전략이 한계에 봉착할 전망이다.
28일 검찰과 법조계에 따르면 지난 1월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가 사법부 블랙리스트 의혹과 관련해 양승태 전 대법원장과 임종헌 전 법원행정처 차장, 이민걸 전 행정처 기획조정실장을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 혐의로 고발건에 대한 수사 착수를 검토하고 있다.
고발장이 접수된 지 5개월이 지났지만 검찰은 그동안 이렇다 할 수사를 진행하지 않았다. 검찰은 공공형사수사부(김성훈 부장검사)에 사건만 배당했다.
이를 두고 법조계 안팎에서는 검찰이 법원에 날을 세우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에 '시간끌기' 전략을 해오고 있다는 지적을 내놓기도 했다. 또 검찰과 법원의 갈등으로 비화 될수 있어 신중한 입장을 취해온 것이란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그러나 검찰의 시간끌기는 더이상 어려워졌다는 시각이 거세지고 있다.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법원행정처의 사법행정에 반대하는 판사들을 뒷조사 했다는 정황이 거듭 확인됐기 때문에 수사 가능성이 커진 것이다.
사법권 남용 의혹 관련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은 지난 25일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판사사찰이나 재판개입 등을 시도한 정황이 발견됐다"고 밝혔다
특조단의 세번째 자체조사 결과를 두고 법원 안팎에서는 '셀프 면죄부'라는 비판 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실제 "판사들의 사찰은 있었지만, 인사불이익은 없었다"며 관련자들에 대한 수사의뢰 등을 진행하지 않는다는 모순된 입장을 밝히면서다.
특히 법관 블랙리스트 핵심 책임자인 양승태 전 대법원장에 대한 조사는 전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양 전 대법원장이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을 규명하기 위한 특조단의 조사 요청을 거부했다.
현직판사도 이에 대해 이미 고발 입장을 밝힌 상태다.
사찰 피해자로 알려진 차성안 판사는 지난 26일 자신의 SNS에 "특조단이 형사고발 의견을 못내겠고 대법원장도 그리 하신다면, 내가 국민과 함께 고발을 하겠다"고 밝혔다.
판사들의 동향과 성향을 사찰하고 관리한 책임자 등을 고발하겠다는 것이다. 또 국가를 상대로 배상을 청구할 의사도 내비췄다.
다음달 11일 '전국법관대표회의'는 임시회의를 열고 특조단의 발표 내용와 제도 개선, 추가 조치 방안 등에 대해 논의할 예정으로 알려졌다.
이들이 추가 조사 또는 검찰의 수사가 필요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면 김명수 대법원장도 이를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뉴스핌 D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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