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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대형은행 "은행원답지 않은 사람 모여라"

기사등록 : 2018-05-28 15: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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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미즈호답지 않은 사람과 만나고 싶다"

일본의 대형금융사 미즈호 파이낸셜그룹(FG)의 2019년 봄 입사예정자 채용 팜플렛 표지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다. 팜플렛을 열어보면 "지금의 '미즈호'를 깨부수는 사람을 필요로 합니다"라는 문장도 들어있다. 자극적인 카피는 한 미즈호 간부의 경험에서 태어났다. 

"변화라던가 도전이라는 말을 많이 하지만, 애당초 은행에 그런 인재들이 들어옵니까?" 벤처기업 경영자들과 가진 조찬회에서 미즈호의 한 간부는 이런 말을 듣고 답을 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미즈호 파이낸셜그룹이 취직준비생들에게 배포한 팜플렛 표지 디자인 [사진=미즈호 파이낸셜그룹]

일본 대형은행들이 새로운 타입의 인재를 채용하기 위해 팔을 걷어붙였다고 2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안정지향적이고 딱딱하다'는 기존의 은행원 이미지와 방어적인 발상으로는 핀테크 등 새로운 흐름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판단때문이다. 

실제로 마쓰이스미토모가 과거 3년 간 내정자의 자질을 심리검사로 조사한 결과 '팀워크', '상황적응력', '통솔력' 등은 높게 나왔지만 '창조적 사고력'은 일본은 전체 평균을 크게 하회했다. 

최근 금융업에서는 사무적인 작업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이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사카이 다쓰후미(坂井辰史) 미즈호FG 사장은 "실패하지 않는 것을 우선하는 성향의 인재보다는 새로운 비지니스 모델이나 금융상품을 만드는 창조적 인재에 대한 니즈가 높다"고 말했다.

오는 봄 채용 양상을 봐도 명확하다. 초저금리 정책으로 수익환경이 악화되면서 미즈호는 내년 봄 입사 대상자 채용수를 올해의 절반으로 줄일 방침이다. 하지만 '창조적 사고력'이 높은 인재나 핀테크를 위한 이과출신 인재 채용은 늘릴 생각이다. 

미즈호 FG 인사 담당자는 "30곳의 대학 연구실을 방문하는 등의 방법을 통해 종합직에서 이과가 차지하는 비율을 역대 최대인 20%까지 높일 생각"이라며 "구글에 갈 법한 학생들을 진검승부를 통해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2019년 채용 광고. "과거에는 은행이라고 불렸다", "은행의 새로운 모습은 어떤 형태일까. 그 답을 만들어가는 것은 우리들이다" 라는 등의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미쓰이스미토모은행 사이트]

"과거에는 은행이라고 불렸다" 미쓰이스미토모(三井住友)은행의 채용사이트는 이런 카피로 시작한다. 과거에 '환전상'이라 불리던 곳이 현재의 '은행'이 됐다는 설명과 함께 '은행'이라는 업태도 언젠가 과거의 것이 될 거란 이미지를 전면으로 드러냈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이 목표로 하는 학생들도 이과형 인재다. 미쓰이 스미토모는 내년 봄 입사 대상자 채용에서 '퀀츠(Quants·수리 분석 전문가)', '디지털라이제이션' 등 2개의 이과 전용 채용코스를 신설했다. 

미쓰이스미토모 은행 담당자는 "새로운 채용 코스를 신설하면서 미쓰이 스미토모가 두 분야에 주력하고 있다는 점을 학생들에게 호소했다"며 "업무의 방향성을 이해하고 많은 인재가 응모해주길 바라고 있다"고 전했다. 

미쓰이스미토모 측은 인재육성법에서도 차이를 둘 방침이다. 신문은 "은행 측은 새로 신설되는 두 코스로 채용되는 인재들에겐 일반 은행업무를 시키지 않을 것"이라며 "전문적으로 특화된 일을 담당시키는 등 이전에 없었던 육성방법을 모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고 전했다.  

한편 2019년 봄 입사를 준비하는 취업준비생들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1위였던 미즈호는 17위, 5위였던 미쓰이스미토모는 14위로 떨어졌다. 

설문조사를 주관한 취업정보 업체 디스코(DISCO) 담당자는 "초저금리 정책으로 은행업의 수익성이 악화된 영향이 크다"며 "점포나 직원을 줄이는 '구조개혁'이 진행되고 있다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학생이 많았다"고 말했다. 

신문은 "은행에 대한 인기가 떨어진 가운데, 일본의 대형은행들이 '색다른 인재'를 찾을 수 있을 것인지 귀추가 주목된다"고 전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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