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백진엽 기자, 김지나 기자 = 삼성그룹 금융계열사인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삼성전자 지분 약 1조4000억원 규모를 매각한다. '금융산업의 구조개선에 관한 법률'(이하 금산법) 위반할 수 있는 위험을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조치다. 아울러 일각에서는 삼성그룹이 금산분리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예상까지 나온다.
삼성그룹 지분 구조 <자료=KB증권> |
삼성생명은 30일 시간외대량매매(블록딜)를 통해 삼성전자 주식 2298만주(0.31%)를 판다고 밝혔다. 매각금액은 1조1791억원이다. 삼성화재 역시 같은날 삼성전자 주식 402만주(0.07%)를 2060억원에 매각한다.
두 회사 모두 금산법 위반 리스크를 사전에 해소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매각 전 삼성생명은 삼성전자 지분 8.23%, 삼성화재는 1.44%를 보유하고 있었다. 두 회사 합쳐 9.67%다. 현행 금산법에는 금융계열사가 비금융 계열사 지분을 10% 이상 보유하면 안된다. 즉 현재 상황만 보면 위법이 아닌 상황이었다.
하지만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진행중이라는 점이 문제가 됐다. 삼성전자가 예정한 대로 자사주를 모두 소각할 경우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의 지분율은 8.77%와 1.53%로 두 회사 지분율 합계는 10.3%가 된다. 즉 삼성전자 자사주 소각이 완료되면 두 회사는 금산법을 위반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지난 2월 초과분에 대해 매각할 방침을 밝혔고, 이번에 판 것이다. 이번 매각으로 인해 두 회사의 합계 지분율은 0.38%포인트 감소했고, 삼성전자가 자사주 소각을 완료해도 10%가 넘지 않게 된다.
아울러 이번 매각을 두고 삼성그룹이 완전한 금산분리에 시동을 건 것이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현 정부의 정책방향과 시행이 예정된 제도 등이 금산분리와 추가 지분 매각 등을 강하게 요구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행, 보험업법 개정, 새로운 회계기준인 IFRS17 도입 등이 대표적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이 이번 매각으로 금산법 위반 리스크는 해소했지만, 추가 매각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황"이라며 "여러 제도 중 보험업법 개정안만 통과돼도 현재 보유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강제로 매각해야 할 처지"라고 말했다. 이어 "삼성그룹이 금융을 완전히 분리해낼 지는 미지수지만, 어쨌든 금융과 비금융 사이 지분관계는 최소화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다만 이번 매각을 금융분리까지 연결짓기에는 너무 비약이라는 시각도 있다. 일단 이번에 매각한 규모가 정확하게 현행법 위반 리스크를 해소할 수준이라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재계 다른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이번 매각은 자사주 소각에 따른 법 위반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한 것 정도로 봐야 할 것 같다"며 "재계에서 삼성의 금융 계열사 분리 이야기가 나오고는 있는데, 한다고 해도 장기적인 과제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임희연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추가 지분 매각 가능성에 대해 "금융감독통합시스템이나 보험사 신지급여력제도인 킥스 제도 변경 감안하면 더 매각할 순 있겠지만 의무적인 것이 아니라 회사에 달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삼성측은 구체적으로 정해진 것은 없고, 그때 상황에 맞춰 법 위반을 하지 않도록 방안을 강구하겠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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