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프랑스 정부가 일본과 협력 개발을 진행하고 있던 고속증식로 '아스트리드(ASTRID)'의 규모를 축소하기로 했다고 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고속증식로는 핵연료로 사용할 수 없는 우라늄238을 플루토늄으로 변환·증식시킬 수 있는 원자로를 말한다.
일본 정부는 아스트리드를 통해 핵연료 재활용 기술을 확보할 생각이었지만, 고속증식로의 규모가 축소되면 목표로 하는 연구성과를 얻기 힘들 가능성이 있다.
신문은 "일본 정부가 목표로 하는 '핵연료 사이클' 계획 수정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일본 정부는 미일 원자력협정을 토대로 플루토늄을 다시 핵발전에 이용하는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일본의 고속증식로 '몬주'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스트리드는 프랑스 국내에 2023년 이후 착공해, 2030년대 가동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신문에 따르면 프랑스 정부는 일본 정부에 "건설비용 문제로 당초 60만㎾로 상정했던 아스트리드의 출력규모를 10만~20만㎾로 축소한다"고 전했다. 또 프랑스정부는 수천억~1조엔규모로 예상되는 건설비용도 절반씩 분담하는 방안도 타진해왔다.
일본 정부는 폐로에 들어간 일본의 고속증식로 '몬쥬'(28만㎾)' 대신 아스트리드를 핵연료 사이클의 한 축으로 이용한다는 계획이다. 신문은 "하지만 고속증식로 규모가 작아지면 일본 정부가 원하는 기술 확보가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일본 정부는 원자력 발전에서 나온 사용 후 연료를 전량 재처리해, 플루토늄과 우라늄의 혼합산화물(MOX)연료로 재이용하려는 계획을 갖고 있다. 이 계획에서 고속중성자를 사용해 플루토늄을 높은 효율로 태우는 고속증식로는 빠트릴 수 없는 요소다.
하지만 액체 나트륨을 이용하는 고속증식로는 풍부한 우라늄 연료를 사용하는 일반적인 원자력 발전과 비교해 경제성이 크게 떨어진다. 미국과 영국, 독일이 고속증식로 방식에서 철수하고 있는 이유다.
그럼에도 일본 정부는 올 여름 개정하는 '에너지 기본계획'에서 핵연료 사이클 정책을 추진해, 고속증식로의 연구개발을 계속할 방침이다. 신문은 "지금 방침을 전환하다면 2조9000억엔을 들여서도 아직 완성을 못한 재처리 공장 6곳의 필요성이 점점 더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라고 했다.
아스트리드가 실제 건설될 지도 불투명한 상태다. 원자력발전 대국은 프랑스도 일본의 후쿠시마(福島) 제1원전사고 이후 원자력발전에서 벗어나 재생가능 에너지에 힘을 쏟고 있기 때문이다.
신문은 "핵연료 사이클 정책은 실질적인 파탄 상태"라며 "프랑스의 원전 계획에 매달리는 형태로 시간을 끌려고 해도 언젠가는 방침을 수정해야 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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