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보람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 시절 법원행정처가 세월호 참사 사건에 특별한 관심과 노력을 기울였다는 대외적 홍보효과를 위해 사건을 담당할 법원과 재판부 임의 배당을 검토했다는 의혹이 사실로 드러났다.
5일 대법원에 따르면 이날 법원행정처가 '사법부 권한남용' 의혹 관련 추가로 공개한 문건 98개 가운데는 '세월호 사건의 적정 관할 법원 및 담당 재판부 검토' 문건이 포함돼 있다.
해당 문건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한 달여 뒤인 지난 2014년 5월 7일 당시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에서 작성됐다.
[경기=뉴스핌] 이형석 기자 = 양승태 전 대법원장이 1일 오후 경기도 성남시 자택 인근에서 박근혜 정부 당시 상고법원 도입을 위한 법원행정처 ‘재판거래’ 파문에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8.06.01 leehs@newspim.com |
특히 해당 문건에는 세월호 사건을 맡을 관할법원 결정시 주요 고려요소를 구체적으로 분석, 인천지법이 적정 관할법원이라는 내용이 담겼다.
기조실은 ▲목포지원의 인적·물적 한계 ▲피해자 절차참여 편의성·정보접근성 제고 ▲불공정 재판 우려 없음 ▲피고인 측 관할위반 신청 가능성 낮음 ▲최근 언론 동향 등을 이유로 인천지법에서 사건을 관할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
법원 뿐 아니라 사건을 어떤 재판부에 배당하는 것이 적절한지도 검토한 것으로 드러났다. 기조실은 이 과정에서 세월호 사건을 일반 형사재판부, 수석재판부, 특별재판부에 배당할 때 예상되는 각각의 장·단점을 분석하고 해당 재판부 소속 판사들의 학력과 출신 등도 고려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반 재판부에 사건을 배당할 경우, 원칙적 배당이 이뤄져 외부의 오해가 없고 소속 판사들이 수석재판부에 비해 형사재판 경험이 많다는 장점이 있지만 대외적 홍보효과가 거의 없다는 단점이 있다고 판단했다.
수석재판부에 사건이 배당되면 수석부장판사가 사건을 맡아 보다 공정하고 신중한 사건처리가 가능하고 특별재판부를 구성하는 방안에 따른 부담이 적으면서도 '사법부가 세월호 사건을 중요하게 생각한다'는 점을 대외적으로 알릴 수 있다고 예상했다. 반면, 선례가 없는 만큼 법원에 부담이 될 수 있고 전문성 부족도 우려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특별재판부가 구성될 경우 가장 큰 장점으로는 '대외적 홍보 효과 극대화 가능'이라는 요소가 꼽혔다. 다만 이 역시 특정 사건을 위한 특별재판부 구성 전례가 없어 부담스럽다는 단점도 함께 명시됐다.
법원행정처가 5일 '사법행정권 남용 의혹 조사보고서' 관련 98개 문건을 추가로 공개했다. ['세월호 사건의 적정 법원 및 재판부 검토' 문건캡쳐] |
결국 기조실은 자체적으로 분석한 이같은 장단점에 따라 가장 홍보효과를 노릴 수 있으면서도 대내외적으로 부담이 없는 수석재판부에 배당하는 방안이 가장 적정하다고 보고 문건에 '인천지법 수석재판부 배당시 대외적 명분과 설득 논리'를 명시했다.
사건의 성격상 신중한 심리가 필요하고 일반 형사재판부에 배당될 경우 기존 형사사건이 지연된다는 이유가 골자다. 또 임의적 사건 배당에 대한 대내외 비판 가능성도 낮고 일반 형사재판부의 심적 부담을 덜 수 있다는 이유도 포함됐다.
이처럼 사건을 인천지법 수석재판부에 배당하기 위해 현행 '법관 등의 사무분담 및 사건배당에 관한 예규'를 사전에 변경해 둬야 한다는 내용까지 담겼다.
이같은 문건이 추가로 공개되면서 관련 문건을 보고받지 못했다는 양 전 대법원장이 실제 이들 문건을 보고받았는지 여부가 추가로 밝혀져야 할 의문점으로 떠오르는 것과 함께 당시 사법부가 세월호 참사를 홍보 대상으로 삼았다는 비판이 거세질 전망이다.
한편, 5일 법원행정처는 당초 사법부 행정권남용 특별조사단(단장 안철상 법원행정처장)이 지난달 25일 발표한 조사보고서에 인용된 문건 90개와 인용되지 않았던 문건 8건 등 98건을 추가 공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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