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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술장르 경계 허문 한메이린 "전통 모르면 현대화도 불가능"

기사등록 : 2018-06-05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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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순회전 '격정·융화‧올림픽', 6일부터 내달 8일까지
전통·현대, 동양·서양, 서와 공예까지 다 아우르는 작가

[서울=뉴스핌] 이현경 기자 = "그림 나고 화론이 생겼지. 이론이 먼저 나고 그림이 생겼나."

중국의 미술 거장 한메이린이 경계 없는 예술 세계를 구축할 수 있는 이유다. 작가의 예술창작 실천론이기도 하다. 

세계 순회전을 펼치고 있는 한메이린(韓美林, 82)은 4번째 단독 전시를 서울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개최한다. 5일 기자와 만난 한메이린은 당초 건강이 좋지 않다는 주최측의 예고와 달리 자신의 예술관을 이야기할 때 힘이 넘쳤다. 이번 해외 순회전 전시 주제인 '격정·융화‧올림픽'을 몸소 실천하는 모습이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중국의 예술가 한메이린이 5일 오전 서울 서초구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에서 열린 '한메이린 세계순회전-서울 메이린의 예술세계 격정‧융화‧올림픽' 기자간담회에서 작품을 소개하고 있다. 2018.06.05 deepblue@newspim.com

한메이린은 자신의 창작 세계관에 대해 먼저 이야기했다. '예술가는 무엇인가'와 '나는 왜 그림을 그리고, 이런 길을 걷는가'에 대한 성찰이었다.

"스무 살이 넘은 사람이라면 인생에 대해 자기만의 번뇌를 가져야 합니다. 문화를 만들어가는 예술가는 세계 인류의 선을 추구하는 사람입니다. 예술가는 인간, 인류에 아름다움이 드러날 수 있도록 활동해야죠. 그게 예술가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한 작가는 예술가를 인류문화를 책임 지는 사람으로 명시한다. 그러면서 "인간은 지구를 위해 정말 잘 해왔는지 반성해야 한다"고 꾸짖었다. 이어 "인류의 생존투쟁은 인류가 써야할 것을 너머 수준이 낮은 행위를 한다. 모든 것을 파괴하고 있다. 우리가 그런 권리가 있는지 생각해봐야 한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한메이린 세계순회전-서울 메이린의 예술세계 격정‧융화‧올림픽' 전경. 천서(天書) 2018.06.05 deepblue@newspim.com

"때론 사람이 동물보다 더 잔인합니다. 아프리카에서 치타를 만났는데 우리가 사진을 찍고 접근해도 헤치지 않았습니다. 반면, 아프리카의 어떤 부족은 양을 기르고 배를 갈라 죽이고 바로 위즙을 빨아먹더군요. 이렇게 야만스러울 수가 없습니다. 우리의 지혜와 총명함으로 다른 존재를 위협해선 안됩니다. 특히, 예술을 하는 사람이 이런 방식을 고집하면 안됩니다. 인류 장래를 이제 걱정해야 할 때입니다. 창작자의 책임입니다. 저는 세계에 존재하는 모든 사물을 통해 예술을 실천하고 있습니다."

한메이린은 중국에서 전설적인 예술가로 통한다. 한국에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마스코트를 총괄 디자인한 감독으로 알려져 있지만, 한 작가는 서(書) 뿐 아니라 조각, 공공미술까지 모두 아우르는 폭넓은 미술세계를 자랑한다. 전시장에는 호랑이, 팬더, 소, 말, 돼지를 회화로, 청동으로 만든 조각품을 볼 수 있다. 주전자, 그릇, 나무로 만든 의자까지 300여 점의 작품이 전시장에 가득했다.

예술의전당 서예박물관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한메이린이야 말로 예술 장르의 경계를 허문, 독자적인 작가라고 칭했다. 이동국 수석큐레이터는 "예술 장르의 경계가 허물어졌다고 하지만 현실은 장르의 벽이 두터워지고 공고해지는 것을 현장에서 많이 느낀다"며 "한메이린 작가는 이 부분을 완전히 타파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서율=뉴스핌] 이현경 기자= 조각품 만들 기 전 스케치한 과정을 설명하는 한메이린 2018.06.05 89hklee@newspim.com

이 전시는 애초 중국대사관에서 국립현대미술관에 전시를 의뢰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변은 "콘셉트가 안 맞다"였고, 서예박물관에 전시하게 됐다.

이동국 큐레이터는 "현대미술관조차 서언을 전혀 이해 못한다. 국립현대미술관은 서구 미술"이라며 안타까워했다. 그러면서 "많은 사람들이 김종영(1915~1982) 작가가 조각보다 서를 더 많이 한 사실을 모른다. 조각과 서를 완전히 따로 이해해온 지가 100년이 됐다. 그걸 허물자는 거다"라며 "그 적임자가 한메이린"이라고 강조했다.

국립현대미술관의 전시 개최 거절에 한메이린은 "국립현대미술관은 2023년에 전시 가능하다고 했다. 저는 더 빨리 순회전 개최를 원했기 때문에 시간적 문제가 걸렸다"면서 "서로 소통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메이린_팬더,_45x38cm,_종이에_채색,_2016 [사진=예술의전당]

한메이린은 작품활동을 할 때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전통과 현대, 동양과 서양을 구분하지 않고, 그야말로 '동서고금'의 예술을 펼친다. 2차원을 3차원으로 구현하는 솜씨도 놀랍다. 서예를 관통해 공예와 디자인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한다. 그는 전통을 알아야 현대를 표현할 수 있다고 말한다. 

"동양에선 기본기를 중요시합니다. 그래서 저는 어릴 때 해서(楷書)를 많이 연습했고 동양화는 글과 그림을 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글쓰기를 무시할 수 없었습니다. 초서(草書)는 흘리듯 써서 굉장히 빨리 쓸 것 같지만 굉장히 느리게 써야 하는 글씨입니다. 천서(天書)는 2000~7000년 전 존재한 고문자인데, 문자학자나 문헌연구자도 연구하지 않습니다. 저는 고대 잃어버린 문자가 너무 아름다워서 그림으로 재해석해 쓰고 있습니다. 전통적인 언어를 현대적으로 해석하는 것이죠. 전통을 모르면 현대화는 불가능합니다. 장인처럼 한 가지만 할 수 없지만 장인 정신이 있어야 하고 시대에 발 맞춰 나가야 합니다. 앞서 말씀드린 자연 환경에 대한 사랑도 시대 변화에 대한 관심이고요." 

89hklee@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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