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아파도 불편해도 외면해서는 안될 역사가 존재한다. 영화 ‘허스토리’가 우리의 가장 아프고 불편한 역사로 들어갔다. 무지했던 우리를 뜨겁게 울리고, 당당했던 그들을 따뜻하게 위로한다.
‘허스토리’가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자양동 롯데시네마 건대입구관에서 열린 언론시사회를 통해 베일을 벗었다.
‘허스토리’는 1992년부터 1998년까지 6년 동안 시모노세키와 부산을 오가며 일본 정부에 맞선 할머니들과 그들과 함께 싸웠던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작품. 일본군 위안부 문제로 진행된 재판 중 일본 정부로부터 배상 판결을 받아낸 유일한 재판, 관부 재판 실화를 소재로 했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준한(왼쪽부터), 김희애, 김해숙, 예수정, 문숙, 이용녀, 민규동 감독이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언론시사회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18.06.07 deepblue@newspim.com |
이날 언론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민규동 감독은 “1990년대 초반에 김학순 할머니 고백을 보고 가슴에 돌 하나 안고 살았다. 10년 전부터 위안부 할머니 이야기들 영화로 만들려고 했는데 힘들고 불편한 이야기를 누가 보겠느냐는 질문에 좌절했다. 그러다 혼자 잘먹고 잘사는 게 너무 부끄러워서 그 부채감으로 시작했다”고 운을 뗐다.
관부 재판을 소재로 선택한 것과 관련해선 “위안부 시나리오를 총 3편 정도 썼다. 모두 1940년대가 배경이다. 시나리오를 쓰면서 증언, 기록들을 많이 찾아봤고 그 과정에서 관부 재판을 알게 됐다. 이 작은 승리의 기록이 왜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았을까 들여다보다 그 안에 다른 큰 서사가 있다는 걸 알고 영화로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그간의 위안부 영화와의 차별점도 짚었다. 민 감독은 “대다수가 민족 전체의 큰 상처, 희생, 꽃다운 처녀의 짓밟힌 자존심 등으로 그려진다. 우리는 잘 몰랐던 할머니들의 아픔을 구체적으로 다뤘다. 살아남은 상황이 다양해서 여러 인물의 살아있는 모습, 용기 내 싸웠던 모습을 보여준다면 멀리서 지지하기 쉽지만, 가까이 다가가기 힘들었던 할머니들에게 다가갈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배우 김해숙이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6.07 deepblue@newspim.com |
일본에 당당히 맞서는 네 명의 할머니는 김해숙(배정길 역), 예수정(박순녀 역). 문숙(서귀순 역), 이용녀(이옥주 역)가 연기했다.
김해숙은 “그분들의 아픔을 어느 정도 알 수 있지 않을까 하고 겁 없이 덤볐다. 그런데 할수록 그 아픔의 깊이를 알 수가 없더라. 다가갈 수 없다는 그 두려움에 고통스러웠다. 배우로서 연기를 어떻게 하겠다는 자체도 오만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저 자신을 다 내려놓고 비우고 하얀 백지로 만들었다. 너무 부족했지만, 최선을 다해서 열심히 하는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놨다.
예수정은 “인물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몰랐던 역사에 다가가려고 노력했다. 근데 아무것도 아니었다. 오늘 영화를 막상 보니까 속에서 뭔가가 올라오더라. 할머니들의 삶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싶다. 그분들의 용기가 이제야 뜨겁게 다가온다. 죄송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문정숙 역을 맡은 김희애의 이야기도 이어졌다. 실존 인물인 문정숙은 할머니들을 이끌고 6년간 관부 재판을 이끌어간 당찬 원고장 단장이다.
김희애는 “실존하는 분이라 외적인 부분부터 캐릭터에 맞게 하려고 했다. 헤어스타일도 바꾸고 안경도 끼고 의상도 신경 쓰고 체중도 찌웠다. 언어도 많이 연습했다. 일어도 계속 연습하고 부산 사투리도 계속 들으면서 연습했다. 쉽지 않았지만, 할머니들을 생각하면 포기할 수 없었다. 내가 가짜처럼 보이면 극 전체에 영향을 줄 듯했다. 최선을 다했다. 후회는 없다”고 떠올렸다.
[서울=뉴스핌] 이윤청 기자 = 민규동 감독(왼쪽)과 배우 김희애가 7일 오후 서울 광진구 롯데시네마 건대입구점에서 열린 영화 '허스토리' 언론시사회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2018.06.07 deepblue@newspim.com |
끝으로 김해숙은 “부끄럽지만 전 관부 재판을 이번에 처음 알았다. 많은 분이 역사적으로 중요한 의미가 있는 이 이야기를 알아갔으면 좋겠다. 아픔, 상처를 딛고 일본에 맞선 그 뜨거운 용기를 함께 나눠달라. 그래서 조그만 위안이 돼 달라”며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가 전달될 기회가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전했다.
이용녀 역시 “이번 작품이 사회에서 소용돌이를 일으켜서 다음 세대에 이 문제가 또다시 이야기가 안나왔으면 한다”며 “이건 내 문제고 우리의 문제고 숙제다. 같이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 함께 해달라”는 당부를 덧붙였다.
‘허스토리’는 오는 27일 개봉한다.
jjy333jjy@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