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원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2일 싱가포르 센토사 섬에서 열린 북미 정상회담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따뜻하게 환대한 건 다소 예상에 못 미치는 협상이라도 어떠한 결과를 도출하려는 그의 설정이 아니겠냐란 워싱턴포스트(WP)의 분석이 11일(현지시간) 나왔다. 불과 며칠 전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보여준 태도와는 확연히 상반된다는 의견이다.
12일 북미정상회담을 앞두고 김정은 위원장과 트럼프 대통령이 환하게 웃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날 양국 정상은 오전 9시쯤(현지시간) 카펠라 호텔에서 처음 대면하고 악수를 13초 동안 나눴다. WP는 트럼프가 이날 세계에서 최악의 인권유린자이자 핵무기 수집가인 김정은을 이날 처음 대면했음에도 불구 "만나서 영광이다"라고 말한 것은 과했다는 평가다. 불과 몇 달 전만 해도 양국 정상 간의 만남은 불가능했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는 김정은을 국제 사회에서 버림 받은 전체주의 독재자로 대하기 보단 존중과, 심하게는 아첨으로 보일 수 있게끔 대했다는 주장이다.
WP는 트럼프가 과거 직업정신을 발휘했다고 진단했다. 그가 마치 부동산 개발업자가 계약을 성사시키려는 듯이 김정은을 접근했다는 해석이다. 트럼프가 거래를 성사하기 위해 북한의 인권유린과 같은 역사나 도덕성 원칙 차이를 눈감아 줬다는 설명이다.
양국은 비핵화의 정의와 이를 이루기 위한 기술적인 세부사항 등에 대해 조율하는 데 최근 몇 주간 난항을 겪었다.
켈시 대이번포트 군축협회 핵비확산 정책 책임자는 "트럼프는 실질적인 회담이 아닌 보여주기식 정상회담에 초점을 두고 있다"며 "북미 정상회담은 역사적인 만남이지만 결과는 기대에 못 미칠 것이다. 트럼프는 북한의 모호한 약속을 성과인 것처럼 팔려고 할 것"이라며 회의적인 시각을 내놨다.
반면, 빌 클린턴 미 행정부 시절 수석 국무부 관리로 지낸 바 있는 조엘 위트 컬럼비아대학교 웨더헤드동아시아연구소 선임연구원의 시각은 달랐다. 그는 트럼프의 환대가 어쩔 수 없었던 거라며 "김정은의 말이 곧 법인 북한과 같은 나라와 협상 할 때, 특히 비핵화란 뚜렷한 목표가 이미 제시됐고 세부사항을 논의해나가는 과정에서 이런 접근은 올바르다"라고 밝혔다.
WP는 트럼프의 눈감아주기식 외교 접근은 과거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대할 때와 비슷하다고 진단한다. 당시 푸틴 정권의 반 정치성향에 대한 억압이나 영국에서 스파이 독극물 사건 등 여러 인권문제를 모르쇠한 채 다른 정상과 동등하게 대한 전력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는 지난 9일(현지시간) 그가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보여준 것과도 매우 상반되는 태도다. 트럼프는 이 회의에 늦게 도착해 북미 정상회담을 이유로 일찍 자리를 떠났다. 그는 싱가포르행 에어포스원에서 쥐스탱 트뤼도 캐나다 총리를 "정직하지 못하고" "나약하다"라고 비난했지만 이날 카메라 앞에서 김정은을 소개할 때 '김정은 위원장께'란 의미인 "의장님(Mr. Chairman)"으로 부르며 존중을 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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