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한반도 비핵화의 관건은 ‘확인(Verification)’이며, 국제원자력기구(IAEA)를 포함해 권위 있는 국제 기구의 초청 여부가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판단할 수 있는 첫 시험대가 될 것이라는 주장이 나왔다.
비핵화의 개념부터 시간표까지 핵심 사안이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시되지 않은 가운데 핵 전문가들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시설 공개 여부를 주시하고 있다.
북한 풍계리 핵실험장 폭파 현장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행정부가 거듭 주장했던 CVID(온전하고, 확인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 가운데 확인(V)에 대한 부분이 싱가포르 회담의 공동 성명에 언급되지 않았다.
하지만 핵 전문가들은 북한 핵 시설의 정밀한 시찰과 핵 프로그램의 검증이 온전한 비핵화의 열쇠라고 주장하고 있다.
석학들이 말하는 ‘확인’에는 김정은 정권이 보유한 핵 무기의 규모와 관련 설비, 고농축 우라늄을 포함해 핵 무기 제조에 필수적인 핵분열성 물질 현황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국제 전문가들에게 시찰을 허용하는 내용을 포함한다.
아울러 북한이 핵 폐기를 추진하는 과정에도 IAEA를 포함한 국제 기구와 전문가 집단이 지속적인 시찰과 검증을 통해 온전한 폐기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는 것이 석학들의 의견이다.
워싱턴 소재 비영리 기구인 핵위협방지구상(NTI, Nuclear Threat Initiative)의 코리 힌더스타인 부대표는 일본 교도통신과 인터뷰에서 “북한 바핵화의 첫 걸음은 검증과 확인”이라고 강조했다.
미국 리서치 그룹 뉴아메리카의 수잔 디바지오 연구원 역시 “북한의 비핵화 의지를 시험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무엇보다 국제 기구의 시찰 허용 여부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풍계리 핵시설 폭파 당시 북한은 일부 국가의 취재단을 초청했을 뿐 핵 전문가들을 초청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핵 실험장의 온전한 폐기 여부를 둘러싸고 회의적인 의견이 지배적이다.
뿐만 아니라 1990년대 이후 북한은 수 차례 핵 폐기를 선언했지만 비밀리에 우라늄 농축과 핵 탄두 제조 등 합의에 위반하는 행위를 일삼았다.
과거와 같은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는 핵 시설 재건을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얘기다.
일부에서는 핵 프로그램을 가동하기 위한 시설과 자원을 폐기하는 것은 물론이고 북한의 핵심 인력들을 해외로 망명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워싱턴 소재 과학국제안보연구소(ISIS)의 데이비드 올브라이트 소장은 북한의 핵 과학자와 엔지니어 등 핵 프로그램의 핵심 브레인들을 미국을 포함한 다른 국가로 방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해외 정부는 이들이 보유한 기술과 지식을 활용해 원전이나 재생에너지 등 관련 분야에서 일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이번 북미 정상회담의 결과를 놓고 실망스럽다는 평가가 지배적인 가운데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한중일 3국 외교장관과 회동, 비핵화의 다음 수순을 본격화하는 데 동분서주하는 모습이다.
회담 이후 북한이 비핵화에 즉각 나설 것이라고 밝힌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이날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북한의 핵 무기가 더 이상 위협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