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한기진 기자 = 남북철도 연결시 최대 수혜업체로 주목받는 현대로템이 신중한 행보를 보인다. 남북 경협시 철도차량 수주 규모에 대한 기관투자자들의 질문에도 말을 아끼고 있다. 남북경협이 시장기대처럼 빠를지 확신이 없는 상황에서 자칫 지나친 기대감을 낳을 수 있는 '수치' 등에 대한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14일 산업계와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로템은 지난 1일 기관투자자 40~50명을 대상으로 기업설명회(corporate day)를 열었다. 원래 목적은 2018년 하반기 실적 전망에 관한 것이었다. 전동차 수주 전망과 파워팩 결함으로 2017년부터 양산이 중단된 K-2전차의 생산재개를 설명하는 자리였다.
회사측의 의도와 달리 기관투자자들은 ‘남북경협’에 질문을 집중했다. 한 기관투자자 매니저는 “북한에 철도를 건설한다면 어느 정도 수주를 예상하고 내부에서 준비는 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기관투자자들은 속 시원한 답을 얻지 못했다. 현대로템 측은 “현재 구체화된 부분이 없기 때문에 회사 차원에서 설명하기 어렵다”고 양해를 구했다.
기관투자자들은 남북경협사업에서 철도가 가장 먼저 시행되고 그 수혜를 현대로템이 입을 것으로 주목해왔다. 남북철도는 동해북부선과 경원선을 연결해 부산에서 출발, 북한을 관통해 러시아를 거쳐 유럽까지 통하는 노선이다. 현대로템은 지난 2017년 10월 경원선 차량을 수주한 바 있다.
현대로템 관계자는 “철도산업은 공익사업이라는 특성과 함께 대규모 자금 투입이 필요한 사업으로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주도하는 집행 예산에 따라 철도차량의 물량과 단가가 결정된다”며 “예산은 국회나 지방의회에서 결정되고 감사를 받아야 해서 수요 변화가 매우 둔하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국가 기본 정책이 재정립되는 과정에서 장기적인 수요 증가와 예측 가능한 계획이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남북경협 철도사업이 순풍을 타면 현대로템이 최소 8조원, 최대 30조원을 수주할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예측이다. 동해북부선~경의선 연결부터 원산~나선 철도 현대화 등 남북철도 핵심 사업이 29개나 된다. 최근에는 북한개발이 본격화되면 평양 지하철 사업 이야기도 나온다.
최대 30조원 전망은 국토연구원이 예상한 남북 철도 관련 사업 신호·통신 사업비 22조원, 철도차량 발주액은 9조8000억원을 모두 현대로템이 싹쓸이 할 것이란 전제에서 나온다. 현대로템이 사실상 철도차량과 철도 신호·통신 사업을 독점하고 있어서다.
최소 8조원 전망은 금융위원회가 예상한 철도 투자 773억달러(83조원) 중 토목을 제외하면, 10%만 철도차량 발주라는 계산에서 나온다. 현대로템의 이익도 일반적인 철도차량 영업이익률 5%를 감안해 총 기대이익이 4000억원으로 연간 800억원을 예상했다. 현대로템의 영업이익은 2016년 1062억원, 2017년 454억원이다.
이봉진 한화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대북 철도사업이 현실화되기 위해서 거쳐야 하는 과정도 많고 구체화 시점도 예측하기 어려워 기대감만 높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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