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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일정상회담, 본격화되고 있다지만…"성과 없으면 아베 정권에 타격"

기사등록 : 2018-06-15 10: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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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총리, 북미 정상회담 이후 압력에서 대화로
비핵화·납치 문제서 성과 없으면 되레 정권에 위기가 될 수도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2004년 이후 단절된 북일 정상외교가 재개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으고 있다고 15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북미 정상회담을 계기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대화 자세를 드러냈고,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 역시 '압력 일변도' 노선을 전환을 꾀하고 있다. 다만 신문은 "납치문제 해결을 포함해 정상회담 성사 여부는 아직 전망할 수 없다"고 했다. 

아베 신조(安倍晉三) 일본 총리가 14일 관저에서 일본인 납치피해자 가족들과 면담을 갖고, 북미정상회담 결과를 설명하면서 납치문제 해결에 나설 생각임을 전달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 강경파 아베 총리, 압력→대화로

지난 14일 아베 총리는 관저에서 납치 피해자 가족모임의 이이즈카 시게오(飯塚繁雄)씨와 요코타 사키에(横田早紀江)씨 등을 면담했다. 아베 총리는 "북미정상회담을 기회로 삼아 일본이 북한과 직접 마주 앉아 납치 문제를 해결하겠다"고 설명했다. 

아베총리는 북일 정상회담을 위한 조정을 하도록 사무처에 지시를 내린 상태다. 김정은 국무위원장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의 회담에서 '납치문제는 해결됐다'는 기존의 입장을 언급하지 않아, 회담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 

그동안 일본은 대북정책에서 가장 강경한 자세를 취해왔지만, 이 같은 분위기도 바뀌고 있다. 한국을 방문하고 있는 고노 다로(河野太郎) 외무상은 기자회견에서 "(납치문제는) 새로운 국면에 들어섰다"고 말했다. 대북 압력 노선이 트럼프 대통령을 따라 대화로 바뀌고 있는 셈이다. 

실제로 일본 정부는 비밀리에 북한과 대화를 준비해왔다. 베이징(北京)대사관을 통하는 '베이징 루트' 외에도 총리의 측근인 기타무라 시게루(北村滋) 내각정보관 등이 북한 측과 접촉하고 있었다. 이 같은 '밑준비'는 북미 정상회담을 거쳐 겉으로 드러나기 시작했다. 

14일엔 몽골 울란바토르에서 열리고 있는 국제회의에 시미즈 후미오(志水史雄) 외무성 아시아대양주국 참사관이 북한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과 만났다. 총리관저의 한 간부는 "북한은 경제지원을 원하고 있으며, 회담을 하고 싶어하는 것도 사실"이라며 "수면 하에서 움직이고 있다"고 말했다. 

◆ 비핵화·납치 해결 없인 경제지원·정상회담 어려워

일본이 북한에 해줄 수 있는 경제지원으로 우선 상정해볼 수 있는 건 경제재제 완화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비용 부담이다. 유·무상 경제협력엔 국교정상화가 필요하지만 제재 완화와 IAEA 비용부담은 그러지 않아도 가능하다. 

이미 일본 정부는 사찰 초기비용 부담에 응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IAEA활동을 지원하는 'IAEA핵불확산기금'에 현재 남아있는 270만유로(약 35억원)을 활용할 전망이다. 다만 비핵화와 납치문제에서 진전이 없다면 진행하기 어렵다는 한계가 있다. 

아베 신조 일본 총리(좌)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우) [사진=로이터 뉴스핌]

정상회담 역시 섣불리 실현시키기가 어려운 상태다. 납치문제에서 성과가 보이지 않는다면 나설 수 없기 때문이다. 

총리와의 면담을 마친 납치피해자 가족들은 기자회견에서 호소했다. 요코타 메구미(横田めぐみ)씨의 남동생 요코타 다쿠야(横田拓也)씨는 "해결이 시야에 들어올 때까진 (일본 정부가) 간단하게 움직이지 않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이즈카 대표도 "지금까지 북한에 계속 속았던 과거가 있다"며 "서두르다 과거의 전철을 밟는 일이 있어선 안된다"고 했다. 

일본과 북한은 지난 2014년 납치 피해자 재조사 등을 포함한 스톡홀름 합의를 발표했던 과거가 있다. 당시 북한은 조사위원회를 설치했지만 '8명 사망·4명은 입국하지 않았다'는 기존의 조사 결과를 반복했을 뿐이었다. 

이번이라고 해서 아베 총리가 주장하는 '피해자 전원 즉시귀국'의 가능성이 높아진 건 아니다. 총리관저 관계자는 "만일 재조사를 하겠다는 합의만 한다면 북한은 아무것도 하지 않겠다는 뜻"이라며 "스톡홀름 때와 같은 일이 반복되서는 안 된다"라고 말했다. 

여당에서도 같은 주장이 나오고 있다. 이부키 분메이(伊吹文明) 전 중의원 의장은 전날 파벌 회합에서 "납치나 비핵화에서 진전이 없다면 일본이 경제협력 일부를 부담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아베 총리 주변에서도 "'만나서 좋았다' 정도에 그친다면 아베 정권은 쓰러질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 북일 정상회담 빠르면 7월에도 가능

북한은 미국에겐 비핵화 대신 체제보장을 협의하면서, 그 대가인 경제지원은 한국과 일본에게서 받으려 하고 있다. 

신문은 북한 관계자를 인용해 "북한 당국은 현재 빠르면 북미 정상회담 1개월 뒤인 7월 중에 북일 정상회담을 열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북한은 지난 3월 중순에도 당 간부들에게 "6월 초 북일 정상회담이 있을 수 있다"는 설명을 한 바 있다. 당시 북미 정상회담은 5월 중에 열린다는 방침이었다.

북한이 일본에 바라는 경제 지원은 100억~200억달러(약 10조9000억원~21조8000억원) 규모다. 1965년 한일 국교정상화 당시 한국이 받은 경제지원을 고려해 계산한 것으로 알려져있다. 

한국금융위원회에 따르면 북한의 철도나 도로, 전력 등 주요 인프라를 정비하는데 약 1400억달러(약 152조4000억원)이 필요한 상황이기 때문에, 북한에 있어 일본의 지원은 필수 불가결하다. 

신문은 "북한은 일본이 납치문제를 최중요 과제로 여긴다는 것을 이해하고 있다"면서도 "다만 어떤 해결책을 제시하면 일본 정부가 해결했다고 판단할 지 몰라 대응을 고민하고 있는 상황인 것 같다"고 했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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