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이민자를 받아들이면서 독일의 범죄가 증가했다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발언에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가 “통계를 보라”며 대응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도 ‘무관용 정책’에 대한 비판에 부딪힌 트럼프 대통령이 통계를 잘못 인용했다고 꼬집었다.
지난 8일(현지시간) 캐나다 퀘벡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만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사진=로이터 뉴스핌] |
19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이날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과 기자회견을 한 메르켈 총리는 “나의 대답은 좀 전에 내무부 장관이 범죄 관련 통계를 발표했고 그 통계가 그것을 대변한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달 공개된 통계에 따르면 독일의 범죄는 지난해 9.6% 감소했다. 이에 대해 메르켈 총리는 “우리는 다소 긍정적인 진전을 보고 있다”면서 “우리는 항상 범죄와 싸우기 위해 더 무언가를 해야 하지만 이것들은 매우 고무적인 수치”라고 강조했다.
이날 메르켈 총리의 발언은 트럼프 대통령이 독일의 이민정책과 범죄에 대한 언급에 이어 나왔다. 불법 이민 아동의 격리 수용에 대한 커다란 비판에 직면하면서 전날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이민자가 받아들여 진 후로 독일의 범죄율은 10% 이상 올랐다”면서 “다른 나라들은 심지어 더 나쁘다”고 말했다.
미국에서는 부모와 함께 멕시코 국경을 넘다 적발된 2000여 명의 아이들이 부모로부터 격리돼 생활 중이다. 이 같은 트럼프 정부의 무관용 정책은 국내외에서 비인도적이라는 비판을 받는다. 트럼프 대통령의 부인인 멜라니아 트럼프 여사조차 이 정책에 반대 의사를 표시했다.
미국 주요 언론들은 트럼프 대통령이 전날 독일의 범죄와 관련해 통계를 잘못 인용했다고 지적했다. CNN에 따르면 독일 내무부의 통계를 인용해 지난해 범죄 건수가 1992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으며 독일계가 아닌 용의자들의 범죄 건수도 같은 기간 23% 감소했다고 전했다.
미국 인터넷매체 복스(VOX)는 트럼프 대통령이 2015년과 2016년 독일의 니더작센주에서 폭력 범죄가 10% 증가했다는 보고서를 인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했다. 당시 보고서는 이 중 90%가량을 젊은 남성 난민의 증가 탓으로 분석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달리 언어수업과 스포츠, 고용 기회가 이들에게 주어져야 한다고 권고했다.
메르켈 총리는 독일 내에서도 수십만 명의 이민자를 받아들인 지난 2015년 결정에 대해 비판을 받고 있다. 당시 독일로 들어온 이민자 대부분은 터키에서 그리스, 발칸지역으로 넘어온 중동의 망명 신청자들이다. 이 경로는 현재 2016년 터키-유럽연합(EU)의 합의로 닫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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