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윤용민 김경민 기자 = 경찰이 황창규 KT 회장에 대해 신청한 사전구속영장을 검찰이 기각하자 경찰 내부가 끓어 오르고 있다. 경찰은 검찰이 검경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경찰 길들이기'를 하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가 터져나왔다.
황창규 회장. <사진=KT> |
서울중앙지검 특수3부(부장검사 양석조)는 20일 "경찰이 신청한 황 회장에 대한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사건을 돌려보내며 수사가 필요한 부분을 조목조목 지적했다. 검찰 관계자는 "정치자금을 건넨 '명의자'들이 실제로 공모했는지와 후원을 받은 정치인이나 보좌진에 대한 조사가 전혀 이뤄지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경찰은 이러한 검찰의 수사지휘에 대해 공식적으로 문제 제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내부적으로는 부글부글하는 분위기다.
서울의 한 일선 경찰서 과장은 "검·경 수사권 조정을 앞두고 트집을 잡는다고 밖에 볼 수 없다"며 "이번 결정은 검찰이 '경찰은 원래 모자라고 부족하구나'라는 이미지를 남기기 위해 정무적 판단을 한 것"이라고 일갈했다.
또 다른 경찰서 수사팀장은 "정·재계 인사들이 걸린 이런 사건의 경우 구속을 하지 않는다면 무슨 수로 혐의를 입증할 수 있겠냐"며 "만약 지금 이 시기에 검·경 수사권 조정에 대한 논의가 없었다면 과연 똑같은 결정을 내렸을지 의심스럽다"고 지적했다.
경기남부경찰청 소속 A 경정은 "검찰이 수사권 갈등으로 인해 이런 결정을 내렸다고 보지는 않는다"면서도 "시기가 시기인 만큼 더 조심할 필요는 있었다고 본다"고 했다.
광주경찰청에서 근무하는 B 경감은 "검찰은 경찰과는 달리 검사동일체 원칙(검찰은 검찰총장을 정점으로 상부 지시에 복종하는 유기적 조직이라는 뜻)에 따라 움직이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인 판단을 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검찰은 기소와 공판에 더 집중하고, 수사권은 우리에게 일임했으면 좋겠다"고 희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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