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승현 기자 = 중국펀드와 ETF(상장지수펀드)로 불똥이 튀었다. 지난 1월 최고 3580선을 찍었던 상해종합지수가 최근 미중 무역분쟁이 격화되면서 3000선 아래로 무너졌다. 이에 수익률에도 적신호가 들어왔다.
일각에선 지난 2015년의 아팠던 경험이 재현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다만 전문가들은 그때와는 상황이 다르다는 판단을 내리고 있다. 중국 투자는 지수보다 종목 장세의 움직임을 보이는 시장이기 때문이란 설명이다. 물론 옥석가리기는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사진=바이두] |
21일 펀드평가사 KG제로인에 따르면 전체 중국 주식형펀드는 최근 3개월 -7%의 마이너스 수익률을 기록했다. 최근 1주일, 3개월 수익률은 각각 -4.36%, -3.38%다.
이에 불안을 느낀 투자자들이 빠르게 자금을 빼고 나섰다. 올해 전체로는 1344억원이 순유입됐지만, 월별로 보면 4월까지 이어지던 순유입 흐름이 돌아섰다. 5월에 246억원, 이달은 20일 만에 벌써 1484억원이 빠져나갔다.
이번 중국펀드 쇼크는 심화되고 있는 미중 통상전쟁이 직접적인 원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15일 500억달러 규모 중국 수입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했고, 18일에는 2000억달러 규모 수입품에 10% 관세를 물리겠다고 경고하고 나섰다. 여기에 미국 상원은 중국 통신장비제조업체 ZTE(중흥통신)에 대한 제제안을 부활시키는 내용이 포함된 국방수권법 수정안을 통과시켰다.
국내 첨단 산업 분야의 세계 선두권 진입을 노리는 중국 정부의 '중국 제조 2025' 정책을 겨냥한 조치다. 이에 중국 상무부는 반격을 예고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반발하면 추가로 2000억달러 규모 제품에 관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지난 18일 휴장했던 중국 증시는 지난 19일 일련의 변화를 한번에 받아내며 2871선까지 폭락했다. 마지노선으로 여겨졌던 3000선을 내줬다.
김대영 KB자산운용 글로벌운용본부 이사는 “미중 무역 분쟁이 투자심리를 약화시킨 게 가장 큰 이유”라며 “다른 이유로는 경제 자체는 나쁘지 않은데 최근 발표된 소매판매, 산업생산, 고정자산 투자 등 지표를 보면 예상치보다 약간 둔화됐다”고 분석했다.
한화자산운용 관계자는 “지난 화요일 미중 무역분쟁 재점화에 따라서 중국 증시는 전 업종 모두 큰 폭으로 하락했다”며 “어제 인민은행장이 중국 경제 성장은 아직 견조한 수준이며 추가 정책이 있을 것이라고 언급하며 다소 반등했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상황에 특히 지수를 추종하는 ETF 상품들의 타격도 컸다. 지난 20일 기준 신한BNPPSMART중국본토중소형CSI500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8.30%, 삼성KODEX심천ChiNext는 -15.53%를 기록했다.
액티브 펀드들의 성과도 우울하다. 설정액 2000억원 넘는 국내 대표 중국펀드들인 KB중국본토A주자(주식)A는 -7.41%, 미래에셋차이나솔로몬 1(주식)종류A -2.13%, KB통중국고배당자(주식)A클래스 -8.42%, KTB중국1등주자(주식)종류A -2.92%의 수익률을 기록중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예상과 달리 단기에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시장 우려가 커지는 시점이지만, 전문가들은 중장기 관점에서 지켜볼 것을 조언한다. 지난 2015년 쇼크와는 달리 중국 기업 실적 등 펀더멘탈은 견고한 편이다. 미중 무역 분쟁이 아주 단기간에 끝나지 않더라고 중장기적으로 중국은 여전히 고성장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아 우량 종목을 잘 담은 상품을 골라 적립식을 투자할 것을 권했다.
권정훈 KTB자산운용 멀티에셋본부장은 “2015년에는 유동성 리스크 심화로 외화 유출 이슈가 불거지며 크게 조정을 받았지만 현재는 펀더멘탈에는 이상이 없고, 미중 갈등은 중요 이슈이긴 하나 지금은 협상 과정에서 나오는 노이즈로 판단한다”고 강조했다.
한화운용 관계자는 “중국 지수에 대한 실망감이 클 수 있지만 종목별로 봤을 때 여전히 좋은 주식은 많아 현재 중국은 종목으로 접근해야 한다”며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기업들이 빠르게 증가하고 있지만 중국본토는 여전히 절대적, 상대적으로 밸류에이션 가치가 낮은 상황으로 중장기적으로 성장하고 있는 종목인지를 잘 가려 투자하면 성과가 많이 달라질 수 있다”고 했다.
김대영 KB운용 이사는 “펀더멘탈 측면에서 봤을 때 중국은 이머징 국가로 시진핑 정부에서 긴축까진 아니지만 질적 성장을 강조하는 스탠스가 중장기적으로 나쁘지 않다”며 “이런 상황에서도 6.5%의 성장률을 유지하고 있고 경제 사이즈를 고려하면 투자 기회는 여전하기 때문에 환매보다는 우량 기업에 투자하는 펀드에 적립식, 연금식으로 꾸준히 접근해야 하는 시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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