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미국이 촉발시킨 관세 전면전이 지구촌 곳곳으로 번지고 있다.
멕시코가 돈육과 농산물을 중심으로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부과한 가운데 EU와 인도, 터키, 캐나다 등 주요국이 보복 관세에 동참했고 중국 역시 트럼프 행정부에 상응하는 대응에 나설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중국에 수입된 콩 [사진=로이터 뉴스핌] |
파장은 이미 가시화되기 시작했다. 음료수 제조업체들이 수입산 알루미늄 가격 상승에 따른 비용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고 있고, 건축 업계가 캐나다산 목재 가격 상승에 직격탄을 맞는 등 미국 주요 산업이 벌집을 쑤셔 놓은 모습이다.
21일(현지시각) 주요 외신에 따르면 터키가 총 2억6650만달러 규모의 미국산 자동차와 석탄, 음식료 등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했다.
이번 결정은 미국 땅콩과 아몬드, 쌀 등을 중심으로 미국 농가와 기계류 업체, 화장품 업체, 주류와 석유화학 업계에 타격을 줄 것으로 보인다.
미국은 터키의 5위 수출 시장으로, 지난해 교역 규모가 206억달러로 파악됐다. 이날 발표한 관세는 트럼프 행정부가 철강과 알루미늄에 각각 25%와 10%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한 데 대한 대응이다.
인도 역시 보복 관세에 동참했다. 인도 정부는 8월4일부터 2억4000만달러 규모의 미국산 식품에 관세를 부과할 것이라고 밝혔다.
앞서 EU도 미국에 관세 맞대응을 통보했다. EU는 32억4000만달러 규모의 미국산 상품에 대해 25%의 관세를 적용하기로 했다. 신규 관세는 22일부터 본격 시행된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전부터 무역 마찰에 시달린 멕시코는 이미 이달 초 3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수입품에 관세를 도입했다.
돈육과 과일, 농산물이 멕시코의 관세 대상에 커다란 비중을 차지했다. 인디애나와 플로리다 등 미국 공화당의 표밭을 집중 겨냥했다는 것이 멕시코 정부 측의 주장이다.
중국은 미국이 처음 발표한 500억달러의 관세에 대해 보복 관세 계획을 내놓았지만 2000억달러의 추가 발표에 대해 구체적인 대응에 나서지 않고 있다.
중국 정부가 철저하게 맞설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시장 전문가들은 비경제적 수단까지 동원해 앙갚음 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미국을 필두로 주요국들의 움직임에 대해 독일 정부는 무역전쟁이 개시됐다는 진단을 내렸고, 금융시장도 공감대를 형성하는 모습이다.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으로 인한 충격은 이미 국내외에서 가시화되고 있다. CBS에 따르면 지난 1월 시행된 관세로 인해 캐나다 산 목재 가격이 40% 급등했다. 캐나다는 미국의 최대 목재 공급원이다.
블룸버그는 알루미늄 관세로 인해 캔 음료수를 제작하는 업체들이 원가 상승으로 홍역을 치르고 있다고 보도했다.
콩을 재배하는 농가부터 청바지 업체까지 수출 타격을 우려하고 있고, 중국의 미국산 자동차 보복 관세 시행이 예상되는 가운데 다임러는 올해 이익이 전망치에 못 미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소비자들도 관세 전면전에 따른 타격을 피하지 못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트럼프 행정부가 수입산 세탁기에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근 3개월 사이 제품 가격이 17% 폭등했다. 이는 3개월 기준 12년래 최대폭의 상승에 해당한다.
신문은 중국에 대한 2000억달러의 관세가 추가로 시행될 경우 소비재 전반의 가격이 크게 치솟으면서 미국 가계를 압박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미국 정치권은 백악관을 향해 날을 세우고 있다. 민주당이 대규모 관세가 미국 경제에 흠집을 낼 것이라고 비판하는 한편 공화당 역시 중간선거에 악재가 될 것이라고 경고하고 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