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관세 전면전이 본격적인 무역전쟁으로 치닫고 있다는 경고가 이어진 가운데 월가의 달러 상승 베팅이 후끈 달아 올랐다.
경기 침체에 대한 경계감 속에 투자자들의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고조, 달러화의 추가 상승에 무게를 실어줄 것이라는 관측이다.
달러화 [사진=블룸버그] |
또 유럽과 아시아, 캐나다 등 주요국에 비해 미국의 수출 타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는 전망도 달러화의 투자 매력을 높인다는 분석이다.
25일(현지시각)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월가의 헤지펀드와 머니매니저들은 지난 19일 기준 한 주 사이 올들어 처음으로 달러화에 대해 ‘롱’ 포지션으로 전환했다.
4월까지만 해도 28만건에 달하는 달러화 숏 포지션을 구축했던 투자자들이 사상 최대 규모의 반전을 이룬 셈이다.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기대와 함께 미국과 주요국 사이에 관세 전면전이 전개된 사이 달러화는 강한 상승 탄력을 과시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월 3년래 최저치로 밀렸던 달러화가 주요 통화에 대해 6% 급등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향방이다.
패러데이 리서치의 매트 웰러 애널리스트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무역전쟁에 따른 미국 경제 펀더멘털의 타격과 투자자들의 ‘리스크-오프’ 심리 사이에서 달러화의 향후 움직임이 트레이더들 사이에 커다란 고민거리”라고 말했다.
일간 거래 규모 5조1000억달러에 달하는 글로벌 외환시장의 트레이더들이 무역전쟁에 대한 달러화의 저항성을 놓고 골머리를 앓는 가운데 투자은행(IB) 업계는 강세 전망에 무게를 두는 모습이다.
BNP 파리바의 다니엘 카치브 외환 전략 헤드는 보고서를 통해 “달러화가 무역전쟁에 승자”라며 “수출 의존도가 높은 유럽과 아시아, 캐나다와 달리 미국은 무역 마찰과 보복 관세에 따른 충격이 상대적으로 작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오히려 트럼프 행정부가 무역 마찰을 진정시키는 행보를 취할 경우 달러화가 하락 압박을 받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메릴린치 역시 보고서에서 “무역전쟁은 유로화를 포함한 주요 통화에 대해 달러화 상승을 부추길 것”이라며 “다만 안전자산으로 통화는 엔화에 대해 달러화가 약세 흐름을 보일 수 있다”고 판단했다.
모간 스탠리 역시 최근 보고서를 내고 달러화 투자의견을 강세로 전환했다고 밝혔다. 미국 자산의 상대적인 투자 매력이 달러화의 추가 상승을 이끌어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와 함께 유로존과 미국의 통화정책 정상화 속도 차이 역시 달러화에 호재라는 주장이다.
경계의 목소리도 없지 않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마뉴엘 올리버리 외환 전략가는 투자 보고서에서 “무역 마찰과 유럽의 정치권 리스크가 안전자산으로 통하는 달러화 상승에 힘을 실었지만 투기거래자들의 달러화 상승 포지션이 수년래 최고치에 이른 만큼 과매수에 따른 조정이 나타날 수 있다”고 전망했다.
[뉴스핌 Newspim] 황숙혜 뉴욕 특파원 higrace@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