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상하이 종합지수가 고점 대비 20% 급락, 공식적인 베어마켓에 진입했고 위안화는 4년래 최장기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미국과 유럽의 중앙은행이 통화정책 정상화에 속도를 내는 가운데 기업 디폴트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모습이다.
중국 금융시장이 총체적 난국이다. 6% 이상 성장률을 지켜내는 세계 2위 경제국 증시가 수직 하락했지만 월가 투자자들 사이에 저가 매수를 권고하는 의견은 엿보이지 않는다.
중국, 미국 국기 앞에서 손을 내밀고 있는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좌)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르헨티나와 터키의 금융시장 패닉에 덤덤했던 투자자들은 급락이 중국으로 번지자 바짝 긴장하는 표정이다.
미국과 무역 마찰이 최악의 시나리오를 향하면서 수출 의존도가 높은 중국 기업들의 수익성에 흠집이 생길 것이라는 우려가 ‘팔자’를 부추기고 있다.
여기에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정책적인 불확실성에 따라 수익금을 미국으로 환입할 것이라는 주장에 힘이 실리면서 자본 유출 우려까지 불거졌다.
트럼프 행정부와 중국 정부가 관세 전면전을 벌이는 가운데 주가가 연일 하락, 26일 기준 상하이 종합지수가 1월 고점 대비 20.1% 급락했다. 공식적인 베어마켓에 진입한 셈이다. 연초 이후 지수 낙폭은 14%에 달했고, 이에 따라 지수는 2년래 최저치로 밀렸다.
이날 사우스 차이나 모닝 포스트(SCMP)에 따르면 1월 고점 이후 중국 주식시장의 전체 시가총액은 1조6000억달러 줄어들었다. 캐나다의 GDP 규모에 해당하는 시가총액이 증발한 셈이다.
투자자들의 불안감은 위안화에도 충격을 가했다. 위안화는 달러화에 대해 6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일부 시장 전문가들은 중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의 대규모 관세에 보복하기 위해 위안화 평가절하를 도모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중국인민은행(PBOC)이 대형 시중은행에 대한 지준율을 인하, 금융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한 대응에 나섰지만 투자 심리를 진정시키기에는 역부족이었다.
트럼프 행정부가 발표한 총 4500억달러 규모의 중국 수입품 관세뿐 아니라 중국 IT 기업의 대미 투자에 제동을 걸겠다는 발언도 투자자들을 긴장시키고 있다.
중국 경제와 자산시장에 대한 금융업계의 전망은 날로 흐려지고 있다. 필 헌트의 이안 윌리엄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 인터뷰에서 “미국의 대규모 관세 시행에 따라 특히 IT와 반도체 섹터의 기업 수익성이 악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출 의존도가 높은 기업들 전반에 걸쳐 무역 마찰로 인한 충격이 가시화될 것이라고 IB 업계는 경고했다.
자본 유출 우려도 제기됐다. 단스크 뱅크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무역 마찰에 따른 정책 리스크가 날로 상승하고 있어 중국에 진출한 미국 기업들이 이익과 현금 자산을 미국으로 빼내면서 자본 유출이 본격화될 것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션완 홍위안 그룹의 치안 치민 전략가는 블룸버그와 인터뷰에서 “무역 마찰의 충격 규모를 정확히 파악하기 어렵기 때문에 중국 금융자산이 가파른 하락을 지속하고 있다”며 “투자자들은 당분간 리스크 축소에 무게를 둘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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