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황숙혜 특파원 = 신흥국 증시가 연이어 베어마켓에 진입, 미국을 필두로 한 무역 마찰의 충격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다.
주요국들의 보복 관세가 꼬리를 물면서 글로벌 경제가 침체에 빠질 것이라는 경고가 투자 심리를 강타한 결과다.
뉴욕증권거래소(NYSE)의 트레이더 [사진=로이터 뉴스핌] |
시장 전문가들은 이머징마켓의 주가와 통화의 도미노 하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26일(현지시각) 업계에 따르면 무역 마찰이 위험 수위에 이르면서 터키부터 중국까지 신흥국 증시가 연이어 베어마켓으로 추락하고 있다.
상하이 종합지수가 1월 고점 대비 20.1% 하락하며 베어마켓 영역에 들어섰고, 두바이와 필리핀 증시가 고점 대비 각각 23.6%와 22.9% 급락했다.
정치권 혼란에 홍역을 치른 터키 증시 역시 고점 대비 21.8% 주저 앉았고, 파키스탄 증시도 고점 대비 22.1% 떨어지며 베어마켓의 늪에 빠졌다.
브라질 주식시장도 고점 대비 19.1% 하락, 베어마켓 진입을 눈 앞에 둔 상황이다. 헝가리와 폴란드 역시 고점에서 15% 내외로 후퇴해 투자자들 사이에 경계 대상으로 지목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베어마켓에 들어선 신흥국의 시가총액은 총 8조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파악됐다. MSCI 이머징마켓 지수는 10개월래 최저치로 밀렸다.
이 밖에 인도네시아와 이집트, 말레이시아 그리고 대만 증시가 고점 대비 10% 이상 후퇴했고, 한국과 남아공, 멕시코 증시가 9% 선에서 하락해 무역전쟁 리스크에 대한 투자자들의 불안감을 반영했다.
쓰나미를 방불케하는 매도가 이어지는 가운데 월가는 추가 하락을 점치고 있다. 가뜩이나 연방준비제도(Fed)의 통화정책 정상화로 인해 미국 금리와 달러화 상승에 따른 충격이 우려되는 상황에 무역 마찰이 악재를 더한 셈이라는 지적이다.
무엇보다 관세 전면전에 따른 충격의 규모를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운 만큼 투자자들의 불안감이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 월가의 주장이다.
모간 스탠리는 이날 보고서를 내고 신흥국 증시에 대해 ‘위험한 시장’이라는 진단을 내렸다. 베어마켓이 신흥국 전반에 더욱 확산될 것이라는 전망이다.
모간 스탠리는 MSCI 이머징마켓 지수의 12개월 전망치를 당초 1160에서 1000으로 대폭 낮춰 잡았다.
연준의 금리인상에 따른 파장과 트럼프 행정부의 보호주의 정책에 잠재된 리스크가 아직 주가에 충분히 반영되지 않았다는 판단이다.
반도체 칩과 휴대폰 등을 중심으로 IT 섹터와 그 밖에 제조업계의 이익 전망이 본격적으로 하향 조정될 것이라고 모간 스탠리는 내다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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