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성수 기자 = 골드만삭스를 비롯한 글로벌 투자은행(IB)들이 신흥국에 대한 투자 의견을 하향하고 있다고 26일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골드만삭스는 신흥국 통화에 대해 취하고 있던 비중확대(overweight) 포지션을 축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미국의 일방적 보호무역 조치가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이어질 것이라고 중국·유럽이 비판한 가운데, 투자에 대해 더 방어적인 스탠스를 취하기로 결정한 것이다.
MSCI 신흥시장 지수(흰색)과 MSCI 신흥시장 통화지수(파란색) 추이 [사진=블룸버그] |
골드만삭스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2000억달러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위협하면서 무역전쟁 위험이 높아졌다"며 "신흥시장 환경에서도 '위험회피(risk-off)' 분위기가 나타났다"고 설명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무역 관련 수사(rhetoric)에 대해 큰 중요성을 두지 않으려 하고 있다"면서도 "현재로서는 (신흥시장에) 더 방어적인 시각을 취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흥국 자산에 투자하는 미국 상장지수펀드(ETF)는 지난주 33억8000만달러의 자금 유출을 겪었다. 1년여 만에 최대 규모의 자금 유출이다.
프랑스 은행 크레디아그리콜도 위험회피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크레디아그리콜은 신흥국 중앙은행들이 무역전쟁에서 자국 통화가치를 지키기 위해 미 국채를 매도하면서 보유 외환을 소진할 것이라고 말했다.
씨티그룹은 신흥시장 자산으로 유입되는 투자 자금이 줄어들 것이라고 전망했고, 모간스탠리는 달러 강세와 증가하는 무역 전쟁 등의 리스크를 언급하며 신흥시장 자산에 대한 투자의견을 하향했다.
유니크레딧 뱅크의 엘리아 라투가 자산 전략가는 "무역이 심각하게 둔화되면서 글로벌 성장 전망을 현저히 훼손시키고 위험자산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신흥시장이 특히 이러한 위험에 노출돼 있다"고 말했다.
영국 머천트뱅크의 아이사 믈랭가 이코노미스트는 "안전자산 선호로 신흥국 통화 가치가 하락하면서 각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복잡해질 것"이라며 "무역 규모가 감소해 성장이 둔화되는 곳에서는 인플레이션이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당국은 물가 상승률을 늦추기 위해 금리를 올리게 될 것"이라며 "이는 경기 확장을 늦추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일부 자금 매니저들은 중기적으로는 신흥시장에 대해 낙관적인 견해를 보였다.
UBS 글로벌 자산운용은 신흥국 주식에 대한 투자비중을 '중립'으로 축소했다. 다만 몇개월 후에는 무역 위험이 줄어들면서 신흥국 주식이 두자릿수 상승률을 보이는 상황이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투자운용회사 애쉬모어 그룹은 신흥국 통화가 "이미 매우 저렴하다"면서 가격 하락 위험이 제한적이라고 분석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이 불러올 충격은 일시적인 달러 강세 효과만 가져올 것"이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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