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황수정 기자 = 클래식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아니,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도 공연을 보고 나면 힐링 받을 수밖에 없다. 무대 위 두 사람의 상처와 아픔을 이겨나가는 과정을 지켜보며 우리도 자연스레 치유된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사진=HJ컬처] |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연출 오세혁)는 러시아의 천재 작곡가 '세르게이 바실리예비치 라흐마니노프(Sergei Vasil'evich Rakhmaninov)'가 슬럼프에 빠져있던 시기,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Nicolai Dhl)' 박사와 만나 치유해나가는 과정을 그리는 작품이다.
예술가의 슬럼프, 고뇌, 그리고 성장의 과정을 그리는 여타 작품들과 마찬가지로 이야기의 구성은 단순하다. 교향곡 1번의 실패로 좌절한 라흐마니노프(박유덕, 안재영)와 정신의학자 니콜라이 달 박사(정동화, 김경수)가 서로 티격태격하다 마음을 열고 위로 받고 다시 예술에 힘을 쏟게 된다는 것. 하지만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흔한 소재로 다른 감동을 주고 있다.
두 사람이 만난 목적은 분명하고, 관객들도 결과를 충분히 예상할 수 있지만 그 과정이 전혀 지루하지 않다. 우울하고 신경질적인 라흐마니노프와 뻔뻔하고 엉뚱한 니콜라이 달 박사의 케미가 공연 내내 웃음을 유발한다. 순수한 의도가 아닌 라흐마니노프를 치료해 성공해보려는 니콜라이 달 박사, 예상과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가는 상담, 한꺼풀씩 벗겨지는 라흐마니노프의 과거 등 공연이 진행될 수록 숨죽이며 집중할 수밖에 없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사진=HJ컬처] |
주고 받는 대사 또한 쉽게 흘려보내기 어렵다. 곱씹을 수록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는 대사들이 즐비해있기 때문. 무엇보다 "당신은 새로운 곡을 쓸 거에요. 새로운 곡을 쓰게 되면 관객들이 사랑해 줄 것입니다"라고 끊임없이 말하는 니콜라이 달 박사의 말은 무책임해 보이지만, 가장 위로가 되기도 한다. 긍정의 에너지와 지치지 않는 응원이 가장 큰 힘이 된다는 기본적인 이치가 새롭게 다가온다.
무엇보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의 최고 매력은 음악이다. 음악 때문에 좌절했지만 결국 돌아올 곳은 음악 뿐인 라흐마니노프. 교향곡 1번과 피아노협주곡2번과 3번 등 클래식의 매력은 그대로 살리면서도 뮤지컬에 맞게 넘버로 재탄생 됐다. 새로운 창작 넘버들 또한 그의 인생을 담으며 아름다운 선율을 그린다. 피아니스트(이범재, 김시우)와 현악 8중주가 무대 위에서 생생한 연주를 선사한다. 때로 인물이, 대사가, 감정이 이해되지 않더라고 음악 그 자체의 힘만으로 설득된다.
배우들은 물론, 창작진과 피아니스트까지 초연부터 변함 없이 함께 하고 있다.지난 20일에는 100회를 맞기도 했다. 그만큼 완벽한 호흡과 해석으로 흠 잡을 데 없는 공연이 펼쳐진다. 한층 깊어진 감성, 더욱 섬세해진 드라마와 풍성해진 음악까지, 어째서 사람들이 '라흐 앓이'를 일으킬 수밖에 없는지 알 수 있다. 마음의 여유가 없는 현대인들에게 따뜻한 메시지와 감동을 전하며 잠시나마 힐링을 선사한다.
뮤지컬 '라흐마니노프' [사진=HJ컬처] |
뮤지컬 '라흐마니노프'는 2016년 '제5회 예그린어워드' 극본상, 2017년 '제1회 한국 뮤지컬어워즈'에서 작곡·음악감독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탄탄한 스토리와 매력적인 음악으로 중무장했다. 올해는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로 선정돼 더욱 업그레이드 됐다. 오는 7월8일까지 국립중앙박물관 극장 용에서 공연된다.
hsj1211@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