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외모 때문에 꿈을 포기했습니다"
아이치(愛知)현에 사는 한 여대생(21)은 최근 교사가 되고 싶다는 꿈을 접었다. 태어났을 때부터 얼굴 왼쪽이 마비돼 입을 다물 수가 없다. 그녀는 자원봉사로 간 초등학교에서 아이들에게 몇번이나 얼굴을 지적받고 상처를 입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면서는 마스크를 쓰라는 얘기를 들었다.
"취업 활동에선 웃는 얼굴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저는 표정이 없어서 불안해요"
MSMF의 소개 이미지. '외모와 상관없이 누구든 자기 자신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사회'라는 문구가 적혀있다. [사진=MSMF] |
일본의 비영리법인(NPO)이 얼굴 변형이나 반점 등 외모로 고민하는 사람들을 공적 지원해달라는 첫 진정서를 지자체 의회에 제출했다고 28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진정서는 도쿄(東京)도 스미다(墨田)구 의회에 제출됐고, 오는 29일 열리는 본회의에서 채택될 전망이다.
진정서를 제출한 NPO는 '마이페이스·마이스마일(MFMS)'. 이 곳은 외모때문에 학교에서나 취직·결혼문제로 차별받는 사람들을 지원하는 단체다.
외모 문제가 뒤따르는 증상은 피부나 체모가 하얀 알비노부터 붉은 반점이 나타나는 단순성혈관종까지 다양하다. 하지만 많은 수의 증상이 환자들끼리 모여 얘기를 나눌 모임조차 없기 때문에 외로움에 고민하는 사람들이 많다.
MFMS는 이처럼 증상에 따른 외모문제로 고민하는 사람이 일본 전국에 100만명이 있다고 추산한다. 대부분 긴급한 치료가 필요하지 않고 기능적인 장애도 없어 복지 등 도움을 거의 받지 못한다.
도가와 히로코(外川浩子) MFMS 대표는 "이들은 오해나 편견에 따른 괴롭힘으로 힘든 상황에 놓여있다"고 호소했다.
도쿄에 거주하며 파견사원으로 일하는 다케다 노부코(武田信子)씨가 대표적인 사례다. 다케다씨는 20세 때 발병한 원형탈모증으로 다니던 직장을 그만뒀다. 다케다씨는 "탈모증 환자에게 가발은 필수품"이라고 말했다.
직장에 증상을 감추려는 사람들도 있다. 환자 중 한명은 "40만엔짜리 가발을 3년마다 새로 사고 있다"며 "조금이라도 공적인 도움을 받을 수 있다면 좋겠다"고 털어놨다.
MFMS가 이번에 제출한 진정서에는 ▲실태파악 ▲상담창구 설치 ▲가발제작을 위한 조성금 ▲취직 차별금지 등의 시책을 국가가 마련해달라고 촉구하는 내용이 담겨있다.
도가와 대표는 "진정서를 외견문제가 사회적으로 방치된 상황을 바꾸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