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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오키나와 기지 근거 '극동조항' 폐지 제안했다 거절당해" - 아사히

기사등록 : 2018-07-02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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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일미군의 오키나와 기지 설치·이용 근거인 '극동조항'
日, 국내 반미감정 높아지며 제안했지만 미국측에 거절

[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일본 정부가 1972년 미국 측에 미일안전보장조약의 '극동조항' 폐지 논의를 제기했었다고 2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극동조항은 미일안전보장조약 6조에서 미군이 "극동지역에서 국제 평화·안전을 유지"하기 위해서 "일본 내의 시설·구역을 이용할 수 있다"고 정해둔 것을 말한다. 일본정부는 '극동'을 필리핀 이북, 일본과 그 주변에서 한국, 대만을 포함한 지역이라는 견해를 유지하고 있다. 

신문은 "당시 일본 정부는 국내에서 베트남전쟁이나 미일무역마찰의 영향으로 국내 각지에서 미군기지 반대운동이 일어나고 있는데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하지만 미국이 일본의 제안을 강하게 거부하면서 극동조항 폐지는 흐지부지됐다. 

미군의 전략 수송기 '오스프리'가 대기하고 있는 일본 오키나와 후텐마 공군 기지. [사진=지지통신 뉴스핌]

신문에 따르면 일본 정부는 1972년 6월과 12월 '미일정책기획협의'애서 미국 측에 극동조항 폐지를 제기했다. 최근 미국과 일본 양 정부가 해당 협의 의사록의 비밀지정을 해제하면서 밝혀졌다. 1972년은 주일 미군 기지가 밀집한 오키나와(沖繩)가 일본에 반환된 해다. 

미일정책기획협의는 미일 대사나 외교담당 고위관계자들이 참석하는 미공식대화로 중국의 핵개발 등에 대한 대응을 위해 1964년 미국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미일 간 국제정세에 대한 인식을 맞춰보기 위한 장으로 현재도 그 틀이 남아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일본 측은 1972년 6월 협의에서 "극동조항은 일중관계 정상화에 있어 심각한 문제"라며 "일본이 폐지를 제안한다면 미국의 반응은 어떤가"라고 물었다.

이에 미국 측은 "미국을 아시아에서 몰아내려는 움직임"이라며 "그런 섬나라적인 자세가 미국의 여론에 미칠 영향을 무겁게 봐야한다"고 반박했다. 이어 "일본은 미국의 고립주의를 우려한다고 했으면서, 미국이 지역안전보장을 위한 역할을 하는 걸 꺼린다는 건 이상한 아이러니"라고 지적했다. 

일본 측도 쉽게 물러나지 않았다. 의사록에 따르면 일본 정부 측은 "닉슨 정권이 공상권과 대화로 자세를 전환하면서, 군사동맹의 의의에 대해 (일본)국내에선 큰 의문이 생겨나고 있다"고 주장했다. 

당시 미국은 베트남 전쟁을 치르면서 오키나와 기지를 사용하는 한편, 중국과는 우호분위기를 연출하고 있었다.

대표적으로 1972년 닉슨 미국 대통령은 방중해 '상하이 공동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은 양국이 아·태 지역에서 패권을 추구하지 않고 모든 국가 이익에 합치되는 관계를 유지한다는 내용이었다. 일본 정부는 이 같은 분위기를 틈타 미군 기지의 역할 축소를 제기한 것이다.

공산권과 대화를 한다면 극동조항의 필요성은 줄어드는 게 아니냐는 논리였다. 게다가 당시 일본 국내에선 미일무역마찰로 인한 반미감정도 높아져, 미군기지 반대운동이 곳곳에서 일어나고 있었다. 신문은 "의사록에는 일본 정부의 위기감이 엿보인다"고 전했다. 

1972년 2월 악수하는 리처드 닉슨 당시 미국 대통령(우)과 마오쩌둥 당시 중국 주석(좌)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로이터 뉴스핌]

반년이 지난 12월 미국 동부 샬럿츠빌에서 열린 미일정책기획회의에서도 일본 측은 재차 미일안보조약에 대해 문제제기했다.  

일본 정부 담당자는 미국과 소련의 긴장 완화와 베트남전쟁이 끝나가고 있는 상황 등을 거론하며 "안보조약의 중요성은 감소하고 있다"며 "기지로 인한 공해나 오키나와 문제는 더욱 심각해질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마침 1972년 9월은 일중 국교정상화도 체결된 상태였다. 

이에 일본 측은 미군기지를 줄이고 관리권을 일본에 넘길 필요성이 있다며 "안보조약 대신 아시아 다국간 조약 연구를 시작하는 것은 어떤가"라고 제안했다. 

하지만 미국측이 돌연 "만약 미국이 주일미군을 전부 철수한다고 하면 일본은 어떤 태도를 취하겠는가"라고 물었고, 일본 측은 "실제 생각하지 않았다"고 답했다.

그러자 미국 측은 "일본의 안전보장에 있어서 미국은 당연한 존재가 아니라는 걸 알아주길 바라서 질문했다"고 말했고, 일본은 극동조항 폐지론을 더 이상 들고나오지 못했다. 

협의를 마치고 일본 외무성은 "극동조항 폐지를 포함한 안보개정은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 미국의 분위기"라고 부정적으로 내부 보고했다. 이후 미·소 신냉전이나 냉전 후 북한, 중국에 대한 대응에서 미일동맹은 안보조약을 기반으로 강화됐다.

신문은 "최근에도 미·북이나 중·일이 관계 개선에 움직이고 있지만 주일미군 기지는 '미일동맹의 억지력'에 빠질 수 없는 존재로 자리잡고 있다"며 "일본은 미국에서 극동은 물론 중동까지도 나설 수 있는 거점을 계속해서 제공하고 있다"고 했다.

한편 미군기지의 정리·축소가 진행되지 않은 오키나와 지역은 현재도 미군에 고통을 겪고 있다. 일방적인 기지 건설과정과 미군 기지로 인한 소음피해와 헬기 불시착 및 부품 낙하 문제가 잇따르면서 미군에 대한 불만이 높은 상태다.

올해 초 치뤄진 오카나와현 나고(名護)시 시장 선거에서 최대 쟁점이 됐던 것도 오키나와 미군 기지의 이전 문제였다. 

 

kebjun@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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