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지난 2년 간 안정을 유지하던 중국 금융시장이 다시금 요동치며 2015~2016년 중국 증시와 위안화가 동반 하락했던 ‘차이나 쇼크’의 악몽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올해 중국 시장 하락세는 2015년만큼 급격하지는 않다. 당시 상하이종합주가지수는 2개월여 만에 45% 이상 추락했고, 위안화는 2015년 8월부터 2016년 말까지 10% 평가절하됐다.
이는 중국 정부의 대대적인 개입으로 이어졌다. 중국 인민은행은 외환보유고를 대규모로 헐어내 위안화 방어에 나섰다. 이는 대체로 성공적인 전략으로 평가받는다.
하지만 증시 부양을 위한 '국가팀‘(중국 증시 부양을 위해 국가 전략에 따라 움직이는 대형자금)의 활동은 자체적으로도 실패로 평가됐다.
홍콩 소재 스탠다드차타드의 중국 담당 이코노미스트인 딩솽은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당시 중국 정부가 시장보다 먼저 패닉에 빠져 과도하게 개입했다. 이로 인해 투자자들이 비현실적인 기대감을 갖게 됐다. 이번에는 정부가 옆으로 빠지고 대신 시장이 알아서 경제성장 둔화와 무역전쟁 우려에 대응하도록 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여러 가지 측면에서 중국 정부는 2015~2016년보다 폭풍우를 헤쳐나가기에 더욱 유리한 입장이다.
우선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당시보다 낮아졌다. 상하이 증시는 2016년 저점을 찍고 꾸준히 상승했지만, 올해 1월 말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을 때에도 A주의 향후 12개월 추정 실적 대비 주가수익비율(PER)은 17배에 그쳤다. 이는 2015년 6월 중국 증시에 거품이 한창일 때의 24.6배에 비하면 크게 낮아진 수준이다.
중국 국영 증권사 국태군안증권의 린 룽펑 수석 마켓전략가는 FT에 “밸류에이션이 이렇게 하락한 이유는 사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중국 증시의 밸류에이션이 역대 최저 수준이므로 장기적 투자 관점에서는 매우 매력적”이라고 전했다.
중국 상하이종합주가지수 추이 [자료=톰슨 로이터 데이터스트림] |
위안화의 경우 아직은 2015~2016년과 같은 거센 자본유출의 신호가 나타나지 않고 있다. 당시 급격한 자본유출로 인해 중국 당국은 해외 인수합병(M&A)을 제한하는 등 자본통제에 나선 바 있다.
최근 위안화 하락은 자본유출과의 악순환 때문이 아니라 경제성장 둔화, 무역전쟁 우려, 미국 연방준비제도 금리인상 등 펀더멘털 요인 때문이다.
지난주 인민은행이 위안화 방어를 위해 개입하기는 했지만 상당히 자제력을 발휘한 조치였다. 중국 정부의 방침이 변한 것도 있지만, 대규모 개입에 나설 만큼 화력이 충분치 못한 이유도 있다.
2015~2016년 차이나 쇼크로 중국 정부가 대대적인 환시 개입에 나선 결과 2016년 중반까지만 해도 4조달러로 사상최대에 달했던 미달러 보유고가 올해 5월 말 기준 3조1200억달러로 줄었다.
딩솽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미달러를 매도하는 방식으로 개입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지만, 외환보유고가 3조달러 밑으로 줄어들게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자본통제 수단도 많지 않다. 자본통제에 나서면 외국 투자자들을 중국 자본시장으로 끌어들이려는 노력이 무산되기 때문이다.
미달러 대비 위안화 환율 추이 [자료=톰슨 로이터 데이터스트림] |
중국 주식과 외환 시장의 발목을 잡을 복병은 부동산 시장이다. 중국 부동산 시장 거품이 2015년보다 심하다는 관측이 대부분이다. 이에 따라 지난 2주 간 상하이종합주가지수가 5% 하락하는 동안 상하이 증시에 상장된 부동산주는 16%나 떨어졌다.
중국의 주요 정책은행인 국가개발은행이 주택구매자에 대한 보조금 프로그램을 철회한다는 소식도 부동산주의 하락을 부추겼다. 2016년 이후 보조금 프로그램으로 인해 소도시에서 부동산 판매가 폭증하고 가격이 급등했다.
부동산 시장 붕괴를 예측하는 전문가는 별로 없지만, 부동산 가격이 10%만 하락해도 그 여파는 중국 경제 전반으로 퍼진다. 부동산 시장은 제조업 수요, 부채 담보, 지방정부 재정과 긴밀히 연관돼 있기 때문이다.
중국 투자은행 보콥인터내셔널의 홍하오 리서치 헤드는 “부동산 시장 거품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3, 4선 도시 부동산 가격이 2016년 초 이후 두 배 상승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2015년보다 거품이 더 심한 것 같다. 이 때문에 정부가 쓸 수 있는 정책 카드가 많지 않다. 거품을 더욱 조장할 수 있기 때문에 통화정책을 지나치게 느슨하게 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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