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이고은 기자 = 비핵화 이후 북한의 경제발전 모델로 '베트남 모델'이 부상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8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향해 "베트남의 기적을 당신의 것으로 만들어라"고 촉구했다.
미국이 북한에 제안한 베트남식 경제발전은 크게 3가지로 요약된다. △한때 미국과 적대관계였지만 관계가 정상화되자 급격한 경제성장을 이루었다는 점, △공산당 1당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하고 있다는 점, 그리고 △정치적으로 반중(反中)노선을 강화하며 제조업 유치에서 중국과 경쟁하고 있다는 점이다.
베트남은 1975년 미국과 전쟁을 벌이고 수십년간 적대관계를 유지했다. 이 점은 북한과 비슷하다. 그러나 베트남은 1986년 공산당 1당체제를 고수하면서 자본주의 시장 경제체제를 도입하는 경제개혁정책인 '도이모이(Doi Moi)' 정책을 도입하고, 1995년에는 미국과 수교를 맺었다.
미국과 수교 이후 베트남의 경제발전은 눈부셨다. 최근 20년간 미국과 베트남의 무역은 80배 커졌고, 최근 10년간 베트남의 경제성장률은 중국과 인도 다음으로 높은 수준을 기록하며 급성장했다.
저렴한 노동력을 기반으로 해외 제조업을 적극 유치하며 경제를 발전시키는 베트남식 경제발전 모델은 개성 공단 등으로 제조업 경험이 있는 북한에게 성공 가능성이 높은 본보기이기도 하다.
공산당 선거 포스터가 있는 베트남 시내 전경 [사진=로이터 뉴스핌] |
아울러 베트남은 공산당 1당체제를 유지하면서도 국제법과 규범을 준수해 국제사회의 신뢰를 얻고 있다. 김정은 위원장에게 체제보장을 약속하면서 동시에 신뢰할 수 있는 국가로 발돋움하길 바라는 미국의 메세지가 담겨있다.
베트남이 최근 들어 반중노선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도 미국이 베트남 모델을 강조하는 이유 중 하나로 분석된다. 중국을 견제하고자 하는 미국 정부로서는 북한이 현재의 친중노선을 유지 혹은 강화하는 것보다 베트남과 같이 중국과 경쟁하게 되기를 원하기 때문이다.
전현준 동북아평화협력연구원장은 미국의 '베트남 모델' 언급에 대해 "비록 적대국이었지만 수교하고 상호신뢰가 쌓이면 미국이 그렇게 잘먹고 잘사는 나라를 만들어주겠다는 것"이라면서 "미국과 관계개선이 필수적이며, 그러려면 핵을 완전히 포기하라는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다만 일부 전문가는 미국이 원하는대로 북한이 베트남식 경제발전을 그대로 차용하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김동엽 경남대 극동문제연구소 교수는 "베트남식 모델은 미국과 수교하고 해외 자본이 들어가 시장화가 이루어졌다"면서 "그러나 북한으로서는 베트남처럼 해외 자본이 들어올 경우 체제보장이 힘들기 때문에 자립적 경제를 원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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