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은빈 기자 = 최근 서일본에 내린 폭우로 159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댐 방류로 인해 인명피해가 발생했다고 11일 아사히신문이 보도했다.
신문에 따르면 폭우가 내린 7일 오전 에히메(愛媛)현 세이요(西予)시 노무라(野村)초의 히지(肱)강의 수량이 갑자기 증가했다. 범람한 강은 제방을 넘어 약 650가구가 침수 피해를 입었고 주민 5명이 목숨을 잃었다.
8일 폭우로 인해 물에 잠긴 일본 오카야마 현 구라시키시 전경 [사진=로이터·교도통신] |
◆ 댐 방류로 침수피해…5명 사망·650가구 침수
"쓰나미가 덮치는 줄 알았다"
지난 7일 히지강의 범람으로 주민들이 피해를 입기 바로 직전, 2㎞ 상류에 있는 다목적 노무라댐의 방류랑이 갑자기 증가했다.
국토교통성 시코쿠(四国) 지방정비국에 따르면 댐은 7일 오전 6시 20분에 만수(滿水)가 됐다. 그때까지 댐은 초 당 439㎥(입방미터)를 방류해왔지만, 상류에서 1279㎥의 물이 흘러오면서 넘칠 위험이 높아졌다.
댐은 오전 7시 50분에 기존 방류량의 4배인 초 당 1797㎥를 방류했다. 유입량은 역대 최고치의 2.4배인 1940㎥까지 증가했다.
세이요시 측은 대응엔 문제가 없었다는 입장이다. 이상 강우시 댐의 방류량을 유입량만큼 늘리는 건 비상대처에 해당한다.
시 정비국 측은 7일 새벽 비상조치를 해야할 것 같다는 입장을 전달했고, 세이요시는 새벽 5시 10분부터 방재행정무선으로 주민들에게 피난 지시를 알렸다. 오전 5시 15분에는 노무라댐 관리소의 경보국 11곳이 순서대로 방수를 알리는 사이렌을 울렸다.
다만 주민인 여성은 "평소라면 들렸을 사이렌이 이번에는 들리지 않았다"고 증언했다. 빗소리가 강해 사이렌 소리가 묻혔기 때문이다. 다만 피난지시는 각 가정마다 있는 방재 무선으로 알렸다.
세이요시는 소방단에 부탁해 피난지시와 함께 강 인근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가정별로 직접 돌면서 피난을 알렸다. 이번 방류로 사망한 피해자 일부의 집에도 방문했다고 시 측은 알렸다. 시 정비국 하천관리과 관계자는 "하천법에 정해진 규칙에 근거해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국토교통성에 따르면 세이요시는 호우에 대비해 방류 3일 전인 4일부터 댐의 수위를 내려, 비가 올때 저류할 수 있는 양을 350만㎥~600만㎥까지 늘렸다. 폭우가 내린 뒤에도 댐이 만수될 때까지 방류량을 억제했다. 시 관계자는 "폭우 뒤에도 하천 수위를 올리지 않아 주민의 피난 시간을 벌었다"고 말했다.
이시이 게이이치(石井啓一)일본 국토교통상도 10일 기자회견에서 "세이요시는 수차 정보 제공을 진행했고 주민에게도 알렸다"며 적절한 대응이었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 전문가 "침수 대비한 주민 훈련 중요"
신문은 "방류량이 급증해 침수피해가 일어나는 일 자체는 드문 일이 아니다"라며 "댐이 위치한 다른 지역에서도 방류량 급증으로 인한 피해 위험이 잠재돼있다"고 전했다.
이번 폭우에서도 교토(京都)시 아라시야마(嵐山) 상류에 있는 히요시(日吉)댐이 6일 오전 7시 만수에 가까워져 방류량을 늘렸고, 이날 밤 강 하류 가쓰라가와(桂川)의 도로가 일부 침수됐다.
전문가들은 댐 인근 지역은 침수대비 훈련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야마다 도모히코(山田朋人) 홋카이도(北海道)대학 대학원 하천공학과 준교수는 "방재나 유수지의 정비 등 복합적인 대책 외에도 댐 관계자와 지역주민의 침수를 대비하는 훈련도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kebjun@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