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규희 기자 =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가정보원장 재판에 이어 ‘문고리 3인방’ 재판에서도 국정원 특수활동비가 뇌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오면서 특활비 수수 혐의를 받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이 점쳐진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공판에 출석하는 모습 /사진공동취재단 |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3부(이영훈 부장판사)는 12일 이재만 전 비서관 등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이 전 비서관에게 징역 1년 6월, 안봉근 전 비서관에게 징역 2년 6월과 벌금 2700만원, 1350만원 추징을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정호성 전 비서관에게는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이날 재판에서 특활비는 뇌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내려졌다.
재판부는 “국정원장들은 관례에 의한 청와대 자금 지원으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있어 위법성을 인식하지 못한 것으로 보여지는 점, 실제로 청와대로부터 도움을 받았다고 할 사례가 없는 점 등 뇌물로 보기 어렵다”고 했다.
앞서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성창호 부장판사)는 지난달 15일 박근혜 정부 청와대에 국정원 특활비를 상납한 혐의로 기소된 남재준·이병기·이병호 전 국정원장에게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이들 전직 국정원장들에게 국정원 예산 본래 사용 목적을 벗어나 특활비를 청와대에 지원한 국고 등 손실죄 혐의만 인정됐다. 특활비를 뇌물로 보지 않은 것이다.
재판부는 “통상 상하급 공무원 간 금품수수가 뇌물로 인정되려면 적어도 하급자가 상급자에 자발적으로 공여한다”면서 “이번 사건에서는 박 전 대통령의 요구나 지시에 의해 지급한 것으로 보이지, 박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한 대가로 지급한 것이란 점이 충분히 입증됐다고 보기 어렵다”고 밝혔다.
법조계는 이들 재판부의 판단이 박 전 대통령 재판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한다. 뇌물죄가 성립하려면 상대방이 반드시 필요한데 특활비를 건넨 전직 국정원장들에게 뇌물공여죄가 인정되지 않은 마당에 박 전 대통령을 뇌물수수죄로 처벌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법조계 관계자는 “관련 재판에서 특활비가 뇌물이 아니라는 판단이 나온 상황에서 박 전 대통령 재판부가 뇌물죄를 적용하기는 어렵다”며 “전직 국정원장들과 ‘문고리 3인방’ 사건에서처럼 국고 등 손실죄만 인정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원세훈 전 국정원장으로부터 특활비 3억여원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명박 전 대통령도 마찬가지다. 원 전 원장은 지난 3일 재판에서 “청와대 예산 지원이었을 뿐 뇌물이 아니다”며 남재준 등 전직 원장들과 같은 논리를 주장했다.
박 전 대통령의 국정원 특활비 수수 사건과 공천개입 사건은 오는 20일 오후 2시 내려진다. 검찰은 박 전 대통령의 특활비 수수 혐의에 대해 징역 12년을, 공천개입 혐의에 대해 징역 3년을 각각 구형했다.
q2kim@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