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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A 칼럼] ‘호루몬 야키’의 교훈

기사등록 : 2018-07-13 15: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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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오영상 전문기자 = 곱창, 대창, 양. 이른바 소의 내장 부위를 가리키는 용어들이다. 한국에서는 술안주로 꽤나 각광을 받고 있는 메뉴다. ‘오○○’ ‘연○○’ ‘한○○’ 등 양·대창 전문점에 가면 200g도 안 되는 양에 3만원 이상을 내야 먹을 수 있는 요리다.

일본에서도 내장 구이는 인기 있는 술안주다. 도쿄(東京)나 오사카(大阪) 등 어느 곳을 가더라도 음식점 골목이나 술집 골목에는 어김없이 내장 구이를 파는 집들이 줄지어 들어서 있다. 특히 금요일 저녁 시간 즈음이면 술 한 잔에 한주의 스트레스를 날려 보내려는 직장인들로 북적인다.

그런데 일본인들이 이 맛있는(개인적인 취향임을 미리 밝혀둔다) 요리를 먹을 수 있게 된 것은 그리 오래 되지 않았다. 일본에서는 내장 구이를 ‘호루몬야키’라고 부른다. 호루몬(放(ほ)るもん)은 오사카 사투리로 ‘버리는 것’이란 뜻이다. 말 그대로 버리는 것을 가져다 구워 먹은 게 호루몬야키다.

일본에서는 소나 돼지의 내장은 먹지 않고 버리는 부위였다. 하기야 고기를 먹게 된 역사가 이제 채 150년이 안 되는 일본 사람들이 내장의 맛을 알 턱이 있었겠나. 시쳇말로 ‘고기도 먹어 본 놈이 맛을 안다’고 했으니 말이다.

일본은 1200여 년의 세월 동안 육식을 금지한 사회였다. 675년 덴무(天武) 천황이 불교를 국교로 삼으면서 육식 금지령을 내렸고, 이것이 오랜 시간 이어져 내려오면서 일본 사람들에게는 고기를 먹으면 안 된다는 생각이 뿌리 깊이 자리 잡게 됐다. 에도(江戶) 시대에는 5대 쇼군(將軍)이었던 도쿠가와 쓰나요시(德川綱吉)가 소나 말은 물론 개와 돼지를 비롯한 모든 동물의 살생을 금지하기도 했다.

1868년 메이지(明治)유신을 거치면서 일본도 문명개화 시대를 맞이하게 됐고, 서양인에 비해 너무나도 왜소한 일본인의 체격을 개선하기 위해 메이지 정부는 1872년 육식 금지령을 풀고 육식을 적극적으로 권장하게 된다. 이때가 돼서야 일본인들은 고기 맛을 알기 시작했다.

그러던 중 태평양전쟁 이후 오사카를 중심으로 일본에 남아 있던 재일 한국인들이 먹고 살기 위해 일본인들이 버리는 소와 돼지 내장을 가져다 구워 먹고, 팔기도 했던 것이 호루몬야키다. 싼 가격에 푸짐하게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노동자들의 술자리 안주로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호루몬야키는 차츰 일본 전역으로 퍼져 나갔다.

지금은 야키니쿠(불고기)와 어깨를 견주어도 밀리지 않는 맛있는 음식으로 대접받고 있지만, 호루몬야키의 과거는 제대로 된 음식 대접도 받지 못했던 잉여 식재료. 요즘 표현대로 하면 그야말로 ‘루저’였다.

그렇다. 호루몬야키처럼 사람 일도 언제 어떻게 변할지 알 수 없다. 지금 당장 누가 알아주지 않는다고 기죽어 있거나 패배감을 느낄 필요 없고, 지금 당장 별 볼일 없다고 해서 남을 무시하거나 깔볼 것도 아니다. 자신이 가진 가치를 소중히 여기고 자기 계발을 위해 꾸준히 노력한다면 언젠가 빛을 보기 마련이다. 자질과 재능이 있다면 기회는 누구에게나 찾아온다.

 

goldendog@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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