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김근철 특파원=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북한의 비핵화가 일반의 예상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속전속결'식 북한 문제 해결을 강조했던 기존 태도에서 물러나 장기적 후속 협상 가능성을 시사한 것으로 보인다.
영국을 방문 중인 트럼프 대통령은 13일(현지시간) 총리 별장 관저에서 테리사 메이 총리와의 정상회담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북핵 문제와 관련) 매우 많은 일이 일어나고 있고, 일부 좋은 느낌도 있다"며 이같이 말했다.
테리사 메이 영국 총리와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이것은 아마도 모든 사람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일 수 있다"면서 "그러나 나 또한 긴 과정에 익숙해져 있다"고 밝혔다. 그는 또 "우리는 (북한에 대해) 제재를 풀지 않았다"면서 "제재는 (북한을) 물어뜯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어제 (김정은 북한 위원장의) 편지를 보았을 것이다. 우리는 잘하고 있다"며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긍정적인 전망을 유지했다.
그는 북한이 핵 실험이나 미사일 발사를 하지 않았고 일부 (미사일) 시설들이 폭파됐고 북한에 억류됐던 미국인 인질들이 돌아왔다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밖에 "북한의 비핵화를 위해 메이 총리가 상당한 도움을 줬다"며 사의를 표하기도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동안 김 위원장과의 비핵화 담판을 통한 일괄타결식 북핵 문제 해결을 선호하는 입장을 보였다. 그러나 6·12 싱가포르 북미정상회담 이후 한 달이 지났지만 비핵화 후속 협상은 좀처럼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지난 6~7일 평양에 머물며 비핵화는 물론 미군 유해 반환, 종전선언 등 후속 조치를 논의했으나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는 못했다. 의욕을 앞세운 트럼프 정부의 대북 협상은 세밀한 검토와 순차적이고, 동시 진행 등을 요구하며 버티는 평양 당국의 요구에 제동이 걸리거나 지연되고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악수하는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 [사진=로이터 뉴스핌] |
이에 따라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북한을 상대로 한 비핵화 협상에 대한 기대치를 낮추면서 장기전에 대비하려는 입장을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트럼프 대통령은 평양의 비핵화 의지와 후속 조치를 거론하며 비핵화 협상 전망에 대한 긍정적인 불씨는 유지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앞서 북한과의 협상을 총괄해온 폼페이오 국무장관도 북한의 비핵화가 '수십 년간의 도전'이었다면서 단시간내 해결은 무리라는 견해를 밝힌 바 있다.
kckim100@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