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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임금 인상 떠안으라고?" 재계 "내 코가 석자"

기사등록 : 2018-07-17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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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대 그룹 1인당 인건비 늘고 매출은 줄어

[서울=뉴스핌] 정탁윤 기자 = 최저임금 인상 후폭풍에 재계가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미국과 중국간 무역분쟁이 격화되며 수출 여건이 악화된 가운데, 중소 하청업체의 최저임금 인상분까지 떠안아야 할 처지에 몰렸기 때문이다. 더구나 국내 주요 대기업들 역시 중소기업보다 사정은 낫지만 이미 일본이나 중국 등에 비해 과도한 인건비 비중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이다.

17일 재계에 따르면, 이날부터 시행되는 개정 하도급법에 따라 최저임금이나 공공요금 상승 등으로 공급원가가 상승할 경우 하도급 업체나 중소기업협동조합은 원사업자(대기업)에게 하도급 대금을 증액해 달라고 요청할 수 있다. 즉 최저임금 인상으로 제조원가가 오를 경우 중소기업이 대기업에 납품단가를 올려달라고 요구할수 있는 길이 법적으로 열린 셈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지난 16일 하도급법 개정안을 설명하며 "중소 하청업체의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부담을 대기업도 나누게 할 것"이라고 언급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대기업에 대해 "임금 인상분을 납품단가에 즉시 반영하여 중소기업의 어려움을 조금이라도 덜어주시기를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문제는 현재 국내 주요 대기업들 역시 이미 과도한 인건비 부담과 생산성 저하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 지난달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30대 그룹 상장사의 1인당 인건비는 9133만원으로 5년 전인 2012년보다 1292만원 늘었다. 하지만 1인당 매출액은 2012년보다 5732만원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1인당 영업이익은 2012년 7125만원에서 작년 1억606만원으로 늘었다. 그러나 반도체 시장 호황 덕분에 이익이 늘어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하면 얘기가 달라진다. 두 회사를 뺄 경우 1인당 영업이익은 5651만원에서 5730만원으로 소폭 늘어나는데 그쳤다.

[표=한국경제연구원]

추광호 한국경제연구원 일자리전략실장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제외한 30대 그룹 상장사의 지난해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4~5년 전으로 후퇴한 반면 인건비는 기업 실적과 관계없이 꾸준히 늘었다"며 "글로벌 기업들과 경쟁하기 위해서는 임금체계를 생산성과 성과에 연계되도록 개편해야한다"고 강조했다.

국내 대표적 제조업종인 자동차업계만 보더라도 이미 이웃 일본이나 독일의 인건비 수준을 넘어 경쟁력을 잃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연간 평균임금은 2016년 기준 9213만원으로 2005년과 비교해 83.9% 올라 일본 토요타(9104만원)와 독일 폭스바겐(8040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 수준을 추월했다.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 역시 마찬가지다. 국내 완성차 업체 5곳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평균)은 12.2%로 토요타(2012년 7.8%)와 폭스바겐(9.5%)보다 높게 나타났다. 한국 자동차업계가 인건비 경쟁력을 상실했다는 분석의 배경이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민주당 홍영표 대표의 '삼성 발언'도 그렇고 정부여당이 대기업과 중소기업 관계를 너무 '갑을 관계'로만 인식하는 것 같아 우려스럽다"며 "하도급법 시행으로 국내 중소기업의 인건비 부담을 떠안으라고만 하면 대기업 입장에서 값싼 중국이나 외국 납품업체를 쓰려하지 말란 법도 없다"고 지적했다.

 

 

 tac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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