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선미 기자 = 미국 원유 가격이 16일 4.2% 급락하며 유가 급등랠리가 시작된 이후 원유시장을 형성하는 역학이 근본적으로 변하고 있음을 반영했다.
지난해에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과 비회원국 간 감산 합의와 강력한 경제성장에 따른 미국 셰일유 과잉공급, 이 두 가지 테마가 유가 상승을 이끌었다.
올해에는 원유시장을 각기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는 재료가 너무나 많아서 투자자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들어하고 있다. 우선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가 이란산 원유 수출을 완전히 차단하겠다고 위협하는 한편 미국과 중국 간 무역 갈등이 고조되고 있으며, OPEC이 증산 결정을 내린 한편 베네수엘라의 원유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또한 트럼프 대통령은 트위터를 통해 재차 유가가 지나치게 높다며 OPEC을 비난하고, 사우디아라비아에 증산 압박을 가했다. 지난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국 정부가 유가 급등을 막기 위해 전략적비축유 방출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블라디비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회담이 이뤄진 전날 유가는 급락했다. 일부 트레이더들은 러시아가 OPEC과 합의한 것보다 더 많이 증산할 수 있다고 주장했으며, 일부 트레이더들은 그러한 소문도 이처럼 급격한 유가 변동을 유발할 수는 없다고 진단했다. 전날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은 배럴당 68달러6센트로 약 3주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다.
미국 서부텍사스산 원유(WTI) 선물 가격 추이 [자료=블룸버그 통신] |
마이클 한스 클레어펠드파이낸셜어드바이저스 최고경영자(CEO)는 “원유시장 불확실성이 극심해지고 있다. 주요 산유국들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예측하기가 매우 어렵다”고 말했다.
무역전쟁의 전운이 감도는 와중에도 원유는 올해 들어 가장 많이 상승한 자산에 속한다. WTI는 13%, 글로벌 기준물인 북해산 브렌트유는 7% 이상 각각 상승했다.
하지만 급격한 일일 변동성이 올해 유가의 특징으로 자리잡았다. 펀더멘털은 유가 상승을 뒷받침하고 있는 반면, 투자자들은 매도 쪽으로 기울어져 있는 것이다.
WTI는 배럴당 75달러, 브렌트유는 80달러에 막혀 좀처럼 뚫고 올라가지 못하고 있다.
지난주 수요일 WTI가 5% 하락하며 1년여 만에 최대 일일 낙폭을 기록했을 때, 투자자들은 미국 주간 원유재고가 2016년 9월 이후 최대폭 감소했다는 소식을 저버리고 리비아가 수출을 재개했다는 소식에 더 주목했다.
대다수 애널리스트와 트레이더는 유가가 급격한 변동성을 보여 투기적 움직임에 취약해지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에 따르면, 지난주 수요일 유가 급락 하루 전 헤지펀드들과 투기 세력의 매수포지션이 매도포지션 대비 24대 1로 연중 최고치까지 증가했다.
마크 와고너 엑셀퓨처스 사장은 “시장 변동성이 지나치다. 이익을 남기고 발을 빼는 것이 올바른 전략”이라고 조언했다.
이번 주 월요일 WTI 하락세가 가속화돼 50일 이동평균선인 69달러50센트가 무너졌고, 이제 트레이더들은 100일 이동평균선인 67달러도 무너질 수 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유가 강세를 전망하는 투자자들은 미국의 대이란 제재 부활과 여타 원유 공급 차질 요인들을 들며 지금이 저가매수의 기회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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