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김기락 기자 = 검찰이 인권부 등을 신설하기로 한 가운데, 경찰도 수사 단계별로 인권 보장 강화 방안을 발표하며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검경이 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처리를 대비하려는 시도가 아니냐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 지시에 따라 검찰이 인권부 신설을 결정했으나, 그동안 독점해온 수사종결권 등을 경찰과 나누게 되는 만큼, 검찰로선 이를 막기 위해 새로운 시도에 나설 수 있다는 관측이다.
19일 검경과 법조계에 따르면 경찰청은 전일부터 2개월간 전국 경찰서를 대상으로 수사단계별 인권 보장 강화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수사단계별 인권 보장 강화 방안은 조사 대상자와 출석 일정을 사전에 협의하고, 조사 예정인 범죄 혐의 사실을 조사 대상자에게 알려주는 것이다.
출석 뒤, 조사 단계에서는 경찰이 제시한 자료에 대해 조사 대상자가 다른 의견을 제시하면 그 내용도 조서에 반영하기로 했다. 사건을 검찰로 송치 전, 조사 대상자에게 최종 의견을 제출할 기회를 한 차례 더 주는 방안도 포함됐다.
검경 수사권 조정 정부안 합의 내용에 따라 수사 과정에서 인권을 지키기 위한 방안이라는 게 경찰청 설명이다.
하지만, 검찰이 대검찰청에 인권부 신설을 결정한 뒤 나온 방안이어서 수사권 조정 정부안을 통과시키기 위한 경찰의 ‘밑작업’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경찰청 [뉴스핌DB] |
지난달 21일 검경 수사권 조정안 발표에 앞서 문재인 대통령은 같은달 15일 박상기 법무부 장관과 문무일 검찰총장 등을 만난 자리에서 검찰 ‘인권옹호부’ 신설을 지시했다.
당시 문 대통령은 “피의자 피고인 피해자 등 검찰 수사 관련된 사람 모두의 인권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고 말하자, 문 총장이 동의해 부서 신설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로부터 약 한달 뒤인, 이달 13일 법무부는 하반기 검사 인사와 조직 개편안을 발표했다. 대검 인권부 신설을 골자로, 인권기획과·인권감독과·양성평등담당관을 설치하기로 했다. 인권부장에는 앞선 검사장 인사를 통해 권순범 대검 강력부장이 내정된 상태다.
법조계 일각에선 앞으로 검경 수사권 조정안의 국회 통과 여부를 두고 검찰과 경찰이 매우 치열한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강신업 법무법인 하나 변호사(전 대한변호사협회 공보이사)는 “검경 수사권 조정안 큰 틀이 나온 것일 뿐, 국회 통과까지는 굉장히 치열할 것”이라며 “검경 수사권 조정안 정부가 제시한 안대로 국회 통과될지는 두고 봐야 안다”고 말했다.
또 다른 법조인은 “문재인 정권 2년차인 현재 검찰이 여러 이유로 단합된 힘을 과시하지 못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검찰 조직은 위험하다고 판단되면 뭉치는 특성이 있다”면서 “검경 수사권 국회 통과에 대비해 검경이 입법 로비에 나서는 등 적극적으로 대응할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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