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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핌] 최유리 박미리 기자 = 서울시가 신용카드사에 이어 시중은행에 수수료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소상공인의 부담을 낮추기 위해 간편결제시 은행이 받는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애라는 얘기다. 비이자이익 확대에 나선 시중은행은 서울시 압박에 눈치만 보고 있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서울시는 오는 25일 은행권과 서울페이 추진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할 예정이다. 소상공인이 QR코드 결제를 이용할 때 플랫폼사가 은행에 지불하는 수수료를 낮추거나 없애기 위한 MOU다.
서울페이는 박원순 서울시장의 3선 핵심공약으로, QR코드를 활용한 간편결제 플랫폼이다. 결제 수수료를 0%대로 낮춰 소상공인 부담을 덜어주는 것을 목표로 한다.
QR코드 결제는 소비자가 판매자의 계좌와 연결된 QR코드를 스마트폰으로 스캔하면 판매자에게 입금되는 서비스다. 판매자는 별도의 결제 단말기가 없어도 되고, 거스름돈을 계산할 필요가 없다. 카카오페이나 토스 같은 플랫폼 사업자들이 이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QR코드로 결제하면 소비자 계좌에서 출금할 때와 판매자 계좌로 송금할 때 건당 300~500원의 수수료가 발생한다. 플랫폼사가 이 수수료를 은행에 지불하고, 은행은 간편결제에 필요한 시설비나 인건비를 내는 구조다.
서울시 관계자는 "수수료를 플랫폼 사업자가 계속 물 수는 없어서 소상공인에 한해 출금, 송금 수수료를 받지 않겠다는 합의를 하고 있다"며 "은행들도 상당수는 이 사업에 공감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시의 설명과 달리 은행들은 수수료 인하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일정이 하루 앞이지만, NH농협은행만 MOU 체결을 확정하고, 나머지 은행은 여전히 참여를 결정하지 못했다.
은행들이 고심하는 이유는 수익에 미치는 악영향이다. 은행 입장에선 거래가 늘고 있는 간편결제 수수료를 포기하기 아쉽기 때문이다.
은행권은 올해 상반기 수수료 이익을 늘렸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상반기 6009억원에서 올 상반기 6568억원으로 확대했다. 같은 기간 KEB하나은행은 3960억원에서 4382억원으로, 우리은행은 5280억원에서 6040억원으로 각각 늘렸다. 국민은행의 경우 간편결제 수수료가 70~80%를 차지하는 뱅킹업무 관련 수수료 이익이 960억원에서 1030억원으로 7.3% 늘었다.
은행권 관계자는 "아직 규모는 크지 않지만 간편결제 거래량이 늘면서 관련 이익도 커지고 있다"며 "이자이익을 늘리면 이자장사를 한다는 지적을 받는데 이제는 결제 수수료까지 줄이라고 해 고민이 많다"고 토로했다.
더구나 플랫폼 사업자들이 서비스 안착을 위해 수수료를 부담하고 있는 것인데, 이를 낮추면 은행만 손해를 볼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시중은행 디지털사업부 담당자는 "카카오택시처럼 추후 유료화를 염두하고 초기 시장을 확대하려는 것일텐데 이 부담을 은행에 전가하면 은행 입장에선 이득이 없다"며 "수익을 추구하는 입장에서 섣불리 결정할 수 없다"고 말했다.
특히 은행들은 서울시의 밀어붙기식 추진에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수익과 연결되는 만큼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지만, 서울시가 무리하게 은행을 끌고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MOU 일정이나 내용이 제대로 공유되지 않은 상황에서 다른 은행들은 이미 참여한다는 식으로 얘기가 나와 분위기를 보고 있다"며 "소상공인 부담을 낮추겠다고 추진하는 것이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한편 서울시는 MOU 체결 이후 은행, 플랫폼 사업자들과 공동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할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MOU는 지속적인 구속력을 갖기 어렵기 때문에 TF를 구성하려 한다"며 "지속가능하게 소상공인 수수료를 없애고 책임을 다하는 방향으로 구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