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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사 휴면계좌 관리 개선 시급

기사등록 : 2018-08-01 06: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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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2015년 이후 휴면계좌 관리 강화
자체 계정 납입·제3기관 출연 통해 보안 사고 원천 차단
은행연합회 주축 계좌통합관리서비스도 호평
증권사는 내부 규정 중심 자체 관리
업체별 전산 체계 달라 통합시스템 구축 어려워

[서울=뉴스핌] 김민수 김진호 기자 = "현재 시스템상으로는 사고가 나기 어렵죠." 최근 국내 한 대형 증권사 직원의 고객 휴면계좌내 수억원 횡령 사태에 대한 은행권 반응이다. 반면 증권업계는 이번 사태를 "직원 개인의 일탈 행위"라며 축소하는 분위기다. 

최근 한 대형 증권사에서 발생한 휴면계좌 횡령 사건과 관련해 금융업계의 휴면계좌 관리 방식에 대한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휴면 금융재산은 예금 중 관련 법률에 따라 채권 또는 청구권의 소멸시효(5년)가 완성된 예금(휴면예금), 최근 6개월간 매매 및 입·출금, 입·출고 등이 발생 안 한 예탁자산 평가액 10만 원 이하인 계좌(휴면성 증권계좌), 주식배당 등의 통지를 받지 못해 명의변경대행기관이 보관하고 있는 주식(미수령주식), 해지 또는 만기도래 후 관련 법률에 따라 청구권의 소멸시효(2년 또는 3년)가 완성된 보험금(휴면보험금), 만기일 또는 최종거래일 중 늦은 날로부터 5년 이상 경과한 불특정금전신탁(휴면성 신탁)을 말한다.

이 가운데 휴면예금과 휴면성 증권계좌, 휴면성 신탁 등 휴면계좌 관리는 금융업계의 오래된 골칫거리 중 하나다. 정부 주도로 매년 휴면 금융재산 환급에 나서고 있지만 2017년 상반기말 기준 잔액이 여전히 1조원을 웃도는 등 휴면 계좌 처리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처럼 예금주도 모르는 휴면계좌는 그동안 꾸준히 범죄의 온상이 될 수 있다. 불법 사금융 및 채권추심, 보이스피싱, 보험사기 등 대부분의 금융 범죄가 장기 미사용 계좌 또는 대포통장을 이용하기 때문. 때론 고객이 자산을 맡긴 금융사 직원이 직접 자금을 횡령하는 도구로 사용되기도 한다. 하지만 휴면계좌 관리에 대한 은행과 증권사의 스탠스 차이는 생각보다 컸다.

◆ 은행들, 감사원 지적후 휴면계좌 관리 만전

먼저 국내 주요 은행들은 2015년 감사원으로부터 휴면예금 처리 문제에 대해 지적받은 이후 휴면계좌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현대 대부분의 은행은 휴면계좌 편입 대상이 확인되면 이를 각 영업점에 배당해 해당 고객과의 연락을 시도한다. 고객과 접촉해 해지를 유도하고, 실패할 경우 본사 개인영업전략부 등으로 이관한 뒤 리스트를 정리해 본사 전산부로 통보한다.

이때 휴면계좌에 들어 있는 금액은 은행 계정으로 납입되거나 제3의 기관에 출연해야 한다. 은행권은 지난 2008년부터 서민금융진흥원과 협약을 맺고 휴면예금을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 이관하고 있다.

최재학 서민금융진흥원 종합기획부장은 “은행의 휴면예금이 휴면예금관리재단으로 이관되는 과정에서 횡령 등의 사고가 발생할 가능성은 없다”며 “휴면예금관리재단 역시 은행이 맡긴 휴면예금 관리를 철저하게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고객이 직접 은행권 휴면계좌 현황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도 별다른 잡음 없이 운영되고 있다.

은행 고객들은 금융감독원이 제공하는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통해 자신의 계좌를 한눈에 확인할 수 있다. [사진=어카운트 인포 홈페이지]

금융당국은 2016년 12월 은행 및 서민금융기관의 계좌를 한눈에 조회하고 1년 이상 거래가 없는 소액 비활동성 계좌의 잔고이전·해지까지 원스톱(One-stop)으로 가능한 계좌통합관리서비스 ‘어카운트 인포’를 선보였다. 작년 4월부터는 모바일 앱까지 확대 시행돼 보다 쉽게 은행권 계좌 정보를 조회할 수 있다.

시장의 호평 속에 금융당국은 서비스 범위를 지속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금융감독원과 금융권에 따르면 이르면 8월부터 저축은행에 개설된 계좌도 ‘어카운트 인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도록 관련 전산 개발에 속도를 내는 것으로 전해졌다.

◆ 증권사, 각사 자체 관리...통합관리 필요성 제기

이처럼 금융당국과의 교류를 통해 휴면계좌 관리에 적극 나서는 은행권과 달리 증권업계는 각사에서 자체적으로 관리하는 기존 방식을 유지 중인 것으로 드러났다.

A 증권사 담당 직원은 “휴면계좌로 분류되면 규정에 따라 곧바로 입·출금이 중단된다”며 “휴면계좌 관리는 회사 내부에서 담당하고, 다른 증권사들도 비슷하게 운영되는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실제로 은행연합회가 은행별 휴면계좌 규모를 수시로 파악하는 것과는 달리 금융투자협회는 휴면계좌 파악은 물론 환원 업무를 전담하는 개별 조직이 따로 없다. 내부 관계자는 “지금은 소비자보호부 내에서 휴면계좌 관련 업무를 하고 있고, 이전부터 증권사들과 연계해 계좌 환원을 독려해왔다”면서도 “관리 계좌 해지 및 환원업무를 전담하는 조직은 따로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밝혔다.

증권계좌에 대한 통합관리서비스 관리 역시 지지부진하다.

앞서 금감원은 은행·보험·상호금융까지만 적용된 계좌통합관리서비스를 올해 상반기까지 증권·저축은행·카드·우체국으로 확대한다는 계획을 밝혔다. 하지만 전산 시스템이 일괄적으로 관리되는 다른 업종과 달리 증권업계는 회사마다 서로 다른 전산 체계를 갖고 있어 기술적 어려움이 있다고 관계자들은 전한다. 때문에 현재는 고객들이 증권사별 홈페이지에 접속해 일일이 휴면계좌 존재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에는 각 증권사별 휴면성증권계좌 조회 방법이 나열돼 있지만 직접 조회는 불가능하다. [사진=금융투자협회 홈페이지]

이에 금융투자협회는 홈페이지 투자자지원센터 내 휴면성 증권계좌 조회 항목을 새롭게 추가했다. 여기에는 증권사별 휴면성증권계좌 조회서비스를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 기술돼 있다. 하지만 조회 방법만 설명해 놨을 뿐 결국 고객이 직접 증권사 홈페이지에 접속해야 하고, 수십 개의 보안 프로그램까지 함께 설치해야 하는 번거로움은 여전하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한 관계자는 “휴면성계좌 관리는 국내 증권사들이 해결해야 할 과제 가운데 하나지만, 현재로선 내부통제시스템 강화 외에 뾰족한 대안이 없다”라며 “업계 스스로 문제의식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mkim04@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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