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뉴스핌] 김민정 특파원 =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공화당의 ‘큰손’인 데이비드, 찰스 코흐 형제를 맹비난했다. 공화당에 막대한 자금을 대며 정치적으로 커다란 영향력을 미쳐온 코흐 형제가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두면서 오는 11월 중간선거 결과에 미칠 여파도 상당할 것으로 전망된다.
데이비드 코흐[사진=로이터 뉴스핌] |
트럼프 대통령은 31일(현지시간) 트윗을 통해 “글로벌리스트(세계적 관여 주의자)인 코흐 형제는 진짜 공화당에서는 완전히 한심한 인물들”이라면서 “이들은 강한 국경과 강력한 무역에 반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은 코흐 형제가 트럼프 대통령은 물론 공화당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을 보이면서 나온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포스트(WP)에 따르면 찰스 코흐의 측근들은 트럼프 대통령의 이민 및 무역정책이 분열을 조장한다고 언급했다.
전날 코흐 형제의 정치자금 모금 조직인 코흐 네트워크는 현재로선 케빈 크래머(공화·노스다코타) 하원의원을 지원할 계획이 없다고 밝히며 트럼프 대통령과 거리를 뒀다.
이와 관련해 로나 맥대니얼 공화당 전국위원회(RNC) 위원장은 한 방송 인터뷰에서 “코흐 네트워크가 케빈 크래머를 이 중요한 노스다코타 상원 선거에서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는 발표는 매우 실망스러웠다”면서 “그들은 그저 공화당을 지원하는 것이 아니라 민주당을 지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코흐 네트워크의 제임스 데이비스 대변인은 트럼프 대통령의 비난에 대해 논평을 자제하고 CNN에 성명을 통해 “우리는 사람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책을 지지한다. 우리는 그렇게 하는 누구와도 협력하기를 고대한다”고 답했다.
공화당에 막대한 돈줄로 알려진 코흐 형제는 자유적인 관점을 지지하며 트럼프 대통령과 정치적으로 이견을 보여왔다. 지난 2016년 대선에서 코흐 형제는 트럼프 대통령을 지원하지 않았지만, 상하원 선거에서는 여전히 이들의 영향력이 작용했다.
CNN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코흐 형제는 감세와 같은 일부 트럼프 정부의 정책을 지지했지만, 무역 등 포퓰리즘 정책에는 반대 의사를 분명히 해왔다. 다만 이민법 개혁과 포괄적인 의료보험 제도를 추진했지만 다른 많은 보수 조직들처럼 트럼프 대통령을 설득하는 데는 실패했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의 돈이나 나쁜 생각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그들의 지지를 원하지 않았다”면서 “그들은 내 감세와 규제 완화, 대법원장 지명 등을 좋아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은 “나는 그들을 더 부자로 만들어줬다”면서 “그들의 네트워크는 완전히 과대평가 됐고 나는 항상 그들을 이겨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 코흐 형제가 해외에 있는 자신들의 회사를 과세로부터 보호하기를 원하지만, 자신이 미국 우선주의와 미국인 노동자를 위해 일하고 있으며 누구의 꼭두각시도 아니라고 했다.
WP는 실제로 코흐 형제가 트럼프 대통령의 취임 이후 감세와 규제 완화, 대법관 지명으로 정치적 승리를 거뒀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반보호무역주의를 지향하는 코흐 형제의 바람과 다르게 트럼프 대통령이 주요 교역상대국과 무역전쟁을 펼치면서 코흐 형제와 트럼프 대통령의 사이는 더욱더 벌어졌다.
지난 주말 콜로라도 스프링스에서 모인 코흐 네트워크의 인사들에 따르면 이들은 올해 정치 문제와 캠페인에 4억 달러가량을 지원할 계획이다. 올 초 이들은 이 같은 자금을 공화당의 상원 장악을 위해 쓸 것이라고 밝혔지만 브라이언 훅스 코흐 네트워크 공동의장은 트럼프의 워싱턴이 리더십이 상당히 부족하며 사회의 핵심 제도가 무너지고 있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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