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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IT 인재 블랙홀…삼성 IBM HP 출신 영입

기사등록 : 2018-08-02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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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 전문가에 디지털 방향키 맡겼다
AI·빅데이터 신기술 도입…디지털 전략 속도

[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국내 시중은행들이 IT 인재를 빨아들이고 있다. 디지털화가 금융의 핵심 경쟁력으로 떠오르면서 IBM, 삼성전자 등 유수 IT 기업 출신의 전문가에게 방향키를 맡겼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주요 은행들은 최근 디지털 조직정비를 마치고, 외부에서 영입한 전문가를 책임자로 앉혔다. 소프트웨어(SW)·인공지능(AI) 개발, ICT 컨설팅 등 IT 분야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들이다.

하나금융그룹은 지난 1일 경영지원부문 산하에 데이터 전담조직인 CDO(Chief Data Officer)를 신설하고 김정한 DT랩 부사장에게 총괄을 맡겼다.

김정한 부사장은 지난해 12월 영입된 SW 전문가다. 필립스반도체, 삼성전자, SK그룹 등을 거쳤다. 삼성전자에선 반도체를 이용한 정보저장장치 SSD와 내장형 메모리(eMMC) 관련 SW 기술력을 높였고, 인문계 전공자를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육성하는 통섭형 인재 양성 시스템(SCSA)을 추진하기도 했다. 이후 올 1월 하나금융 IT 계열사인 하나금융티아이로 발탁돼 AI, 빅데이터 연구를 전담했다.

금융 데이터 기반 신기술 연구에서 데이터 전략 수립으로 역할을 확대한 만큼 기술 이식에 속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그룹 차원의 데이터 관리·활용에 대한 전략을 짜고 조직간 시너지를 확대하는 중심 역할을 할 것이라는 설명이다.

우리은행도 최근 디지털 조직을 정비하고 외부 전문가를 책임자로 낙점했다. 영업지원부문 소속 디지털금융그룹을 국내부문에 전진 배치하고, 황원철 최고디지털책임자(CDO)를 총괄로 앉힌 것이다. 우리은행 민영화 이후 처음으로 외부 C레벨 임원을 선임한 사례다.

황원철 CDO는 HP 아시아·태평양지역 금융 서비스 컨설턴트로 글로벌 은행들의 금융·ICT 컨설팅을 수행했다. 금융정보서비스기업인 퍼스트데이터코리아 CIO(최고정보관리책임자), KB투자증권 CIO, 동부증권 CIO 등을 역임했다. 국내외에서 다양한 디지털 프로젝트를 총괄할 이력을 살려 우리은행에선 디지털 기술과 금융의 융합을 추진하는 역할을 맡았다.

앞서 디지털 분야에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신한은행과 NH농협은행은 성과를 가시화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 9월 AI 전문가인 장현기 박사를 디지털전략본부장으로 선임했다. 디지털 전략을 총괄하면서 본부 내 6대 핀테크 신기술랩(AI, 블록체인, 오픈 이노베이션, 디지털 제휴, 결제, 자산관리 시스템 엠-폴리오)을 이끄는 역할이다.

장 본부장은 삼성전자 SW센터와 IBM코리아에서 모바일 플랫폼 설계를 주도했다. 신한은행에 영입되기 전에는 SK C&C AI개발 총괄팀장으로 SK의 AI 플랫폼 '에이브릴' 개발을 이끌었다.

신한은행에선 올 상반기 오픈한 앱 '쏠' 내 AI 챗봇인 '쏠메이트'를 개발하는 한편 AI에 기반한 비재무 리스크 분석시스템을 선보였다. 하반기에는 IBM의 AI 플랫폼 '왓슨'을 활용한 금융 서비스를 내놓고 여신 리스크 예측 등에 활용할 계획이다.

농협은행은 외부 전문가 영입으로 빅데이터 분야에 속도를 내고 있다. 키맨은 지난해 영입한 이상엽 빅데이터추진단장이다. 이 단장은 하나카드, CJ오쇼핑, 현대캐피탈 등 금융·유통 분야에서 고객관계관리(CRM)를 맡았고, 위치기반 마케팅·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얍컴퍼니 부사장을 역임했다. 고객 관련 자료를 통합·분석해 마케팅 전략을 짜는 CRM 경험이 많은 만큼 빅데이터 전문가로 꼽힌다.

결과물은 지난 5월 선보인 빅데이터 플랫폼 'NH빅스퀘어'다. 고객에게 유리한 상품 추천부터 취업, 결혼, 은퇴같이 상황에 맞는 포트폴리오 제시 등 맞춤형 금융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다. 향후에는 은행뿐 아니라 유통·보험·증권 등 범농협 차원의 시너지 사업으로 확대할 예정이다.

시중은행 고위 관계자는 "수많은 데이터를 분석하고 인사이트를 도출해 사업화하려면 전략가가 있어야 한다"며 "현업에서 전문가를 영입하는 것도 그 일환"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은행권 관계자는 "임원급 외부 전문가를 영입한 후 실무자들이 따라오는 경우가 많다"며 "디지털화를 위해 교육으로 내부 인력을 키우고 있지만 부족한 부분은 외부 영입으로 채우고 있다"고 말했다.  

yrchoi@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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