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성상우 기자 = KT(회장 황창규)의 일부 대리점이 유료방송 및 초고속 인터넷 가입자 유치 과정에서 위법한 과다 경품을 지급한 것으로 드러났다. 경품은 '현금 50만원+α' 또는 65인치 TV 무료 증정 등으로 업계의 가입자 유치 관행 및 방송통신위원회의 단속 기준을 훨씬 초과한 수준이다. 기존 가입자 등과 비교할 때 이는 심각한 이용자 차별이라는 지적이다. 합산규제 일몰 후 가입자 유치를 위한 이같은 행위가 반복될 경우 장기적으로 유료방송 업계 생태계 및 경쟁 구도를 혼탁하게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KT 송파지사는 9가지의 경품 증정 목록이 제시된 결합상품(유료방송+초고속인터넷+와이파이) 신규 가입자 모집 전단지를 서울 송파구 송파동 현대아파트 입주민들에게 제공했다.
전단지는 KT 상품 미가입자나 타사 가입자 주소지의 우편함에만 꽂혔다. 경품 증정 기간은 당초 지난달 17일부터 31일까지였으나 실제론 8월까지 연장돼 진행 중인 것으로 확인됐다. 가입 대상 상품은 기가컴팩트와 올레TV, 기가와이파이를 합친 '결합상품1(월 2만6800원)'과 기가인터넷과 올레TV, 기가와이파이를 합친 '결합상품2(월 3만3400원)'다.
KT가 결합상품 신규 가입자 모집용으로 뿌린 전단지 |
이 상품 신규 가입자가 선택할 수 있는 전단지 상 경품 목록은 ▲휴가비(50만원 상당 현금)+상품권 ▲55인치 TV(40만원대)+32인치 TV(20만원대) ▲다이슨 무선진공청소기(40만원대)+32인치 TV(20만원대) ▲다이슨 12인치 선풍기+32인치 TV ▲다이슨 공기청정선풍기+상품권 ▲다이슨 무선진공청소기 ▲55인치 TV+현금 15만원 ▲다이슨 무선진공청소기+상품권 ▲65인치 TV 등 9가지다.
약 70만원 상당 또는 그 이상 금액으로 환산할 수 있는 경품들이다. 방통위 통신시장조사과가 '과다 경품으로 인한 이용자 차별 및 시장 교란'을 단속할 때 위법성 판단기준으로 삼고 있는 '25만원 상당'을 훌쩍 초과한다. 그동안 방통위는 이같은 위법을 이유로 지난 2012년 이통 3사에 약 8억원 규모, 2016년엔 이통 3사 및 케이블TV 3사에 총 107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부과한 바 있다.
위법성 판단 기준을 내부 기준이 아닌 명시적 법 조항으로 만들기 위해 지난해 방통위가 마련한 '경제적 이익 등 제공의 부당한 이용자 차별행위에 관한 세부기준 고시 제정안'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더 크다.
이 제정안에 따르면, 서비스별로 제공 가능한 경제적 이익(경품) 기준금액은 유료방송은 4만원 상당, 초고속인터넷 15만원 상당, 인터넷전화(VoIP)가 2만원 상당이다. 유료방송과 인터넷, 전화 등에 모두 가입하는 결합상품 기준으론 총 21만원 상당의 경품만 제공할 수 있도록 제한한 것이다. 이에 의하면 KT 송파지사의 이번 경품은 위법성 기준을 약 3배 가량 초과했다. 제정안은 지난해 12월 행정예고된 상태로 규제개혁위원회의 심의를 앞두고 있다.
업계는 KT의 이번 경품 행사가 기존 가입자가 아닌 신규 가입자만 대상으로 한 프로모션으로, 심각한 이용자 차별 행위라고 규정했다. 문제는 신규 가입자에게 지급되는 경품 비용이 결국 전체 이용자가 지불하는 요금에 반영될 수 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기존 가입자들은 아무런 혜택도 받지 못한 채 비용까지 부담하게 되는 불리한 구조라는 것.
유료방송 시장 내의 공정 경쟁 및 소비자 선택권 확보를 위해 특정 사업자의 가입자 점유율을 최대 33%까지 제한한 합산규제가 지난 6월 일몰되면서, 향후 과징금을 감수한 공격적 경품 증정 행위가 지속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자본력을 갖춘 대기업들의 경품 공세가 이어지면 중소 유선방송(SO) 업체들의 잇따른 시장 퇴출을 초래할 수 있다는 우려다. 시장 경쟁이 서비스 경쟁이 아닌 경품을 통한 가입자 유치 등 자본 경쟁으로 변질되면 이는 공정 경쟁이 아니며, 자본력을 보유한 이통 3사 중심의 과점 시장이 형성될 수 있다는 논리다.
업계 관계자는 "유료방송 시장이 과점 시장화되면 장기적으로 이용자 선택권이 감소하게 되고 서비스 질은 낮아지며, 사업자 담합을 통해 요금 인상 및 경품 규모 축소가 이루어질 수 있다"면서 "결국 이 모든 비용으로 인해 소비자 후생 감소로 이어진다는 것이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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