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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톡] 액션보다 짜릿한 말의 힘 '공작'

기사등록 : 2018-08-07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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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흑금성 사건' 모티프…8월8일 개봉

[서울=뉴스핌] 장주연 기자 = ‘흑금성’ 사건. 1997년 15대 대선을 앞두고 김대중 후보를 낙선시키기 위해 국가안전기획부(안기부)가 주도한 북풍 공작이다. ‘흑금성’은 안기부 요원 박채서 씨의 암호명. 안기부는 그를 통해 대북사업과 관련한 공작을 시도했다. 실제 흑금성은 당시 북한 보위부의 경계를 뚫고 평양에 들어가 김정일을 만났다.  

영화 '공작'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영화 ‘공작’은 흑금성 사건을 모티프로 만든 작품이다. 윤종빈 감독은 영화보다 영화 같은 이 이야기를 스크린에 옮겼다. 신분을 감추고 위장한 스파이 흑금성(황정민)의 공작을 따라가며 스파이로서, 분단국가 국민으로서 겪을 수밖에 없는 그의 비애를 담아냈다. 그 과정이 꽤 흥미롭다. 

물론 ‘공작’의 진짜 관전 포인트는 실화가 아닌 ‘다름’에 있다. ‘공작’은 첩보 스릴러 장르를 표방한다. 그러나 첩보 스릴러 장르의 뻔한 공식을 따르지 않는다. 러닝타임(137분) 동안 긴박하고 숨 가쁜 추격전은 볼 수 없다. 총소리도 쉽게 들을 수 없다.  

이 둘을 대신하는 건 말(대사)과 표정이다. 미묘한 말의 뉘앙스와 미세한 표정 변화에 따라 상황은 급변하고 긴장감은 극에 달한다. 인물 간의 얽히고설킨 관계로 긴장을 쌓아가는 윤 감독의 장기도 빛을 발한다. 단언컨대 웬만한 액션보다 쫄깃하다.

물론 모든 클리셰에서 자유로운 건 아니다. 속고 속이는 긴박한 스토리는 후반부 남과 북 두 남자의 진한 우정으로 치닫는다. 피할 수 없는 남북 영화의 종착지다. 누군가에게는 뜨겁고, 누군가에게는 뻔한 결말, 호불호가 갈릴 법하다. 

영화 '공작' 스틸 [사진=CJ엔터테인먼트]

메시지는 분명하고 명확하다. 윤 감독은 흑금성을 통해 한반도의 비극이 지속되는 원인은 무엇이고, 우리는 무엇을 위해서 싸우고 있는가에 대해 질문한다. 동시에 남북 발전이 아닌 체제 유지에만 급급한 추악한 권력에 일침을 가한다. 

배우들의 호연은 빛난다. 흑금성으로 분한 황정민은 속을 들켜서는 안되는 스파이의 여러 얼굴을 이질감 없이 그려낸다. 조직의 명령과 민족의 미래 사이에 고뇌하는 모습도 매끄럽게 표현했다. 리명운 역의 이성민 역시 조직원으로서의 냉철함과 인간적인 면모를 자연스럽게 오간다. 두 사람의 시너지야 말할 것도 없다. 

제71회 칸국제영화제 미드나잇 스크리닝 부문 공식 초청작이다. 8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jjy333jjy@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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