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최유리 기자 = 금리조작 제재 근거를 마련하는 은행법 개정안이 잇따라 발의됐다. 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한 은행권에 대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8월 임시국회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비슷한 내용의 제도 개선을 검토하고 있어 금리조작 제재 마련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6일 국회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달 모두 세건의 금리조작 관련 법안이 발의됐다. 지난달 2일 민병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시작으로 지난달 3일 김관영 바른미래당 의원, 지난 16일 전재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은행법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민병두 의원과 김관영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은행법 제52조의2에 해당하는 불공정영업행위에 부당금리 부과를 새로 포함시켰다.
은행법 제52조의2는 은행의 불공정영업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여신 거래와 관련해 차주의 의사에 반해 예금 가입을 강요하는 행위나 부당하게 담보 및 보증을 요구하는 행위 등이 불공정영업행위에 속한다.
은행법 위반시 위반행위에 대한 시정명령, 일부 영업정지, 임원 업무 정지나 해임 권고, 면직, 정직 등 임직원 제재가 가능하다. 금융감독원은 제재심의위원회를 열고 은행에 대한 제재 수위를 결정하게 된다.
시중은행 대출 창고의 모습 [사진=이형석 사진기자] |
불공정영업행위에 금리 관련 내용을 추가한 이유는 현재 은행이 고의로 가산금리를 부당하게 부과하더라도 처벌할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대출금리 모범규준 위반에 해당하지만 이는 은행이 내규 형태로 반영한 자율규제로, 당국은 법규가 아닌 내규 위반을 제재할 수 없다. 지난 6월 BNK경남·KEB하나·씨티은행이 금리를 부당 부과한 사실이 드러났지만 제재할 근거가 없는 이유다.
민병두 의원실 관계자는 "은행들이 부당하게 높은 금리를 부과하는 것은 가계를 위태롭게 만드는 대표적인 불공정영업행위"라며 "이를 개정안에 반영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하는 등 은행의 책임을 분명히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재수 의원이 발의한 개정안은 금리 관련 정보 제공에 초점을 맞췄다. 은행이 금리나 예금자 보호에 관한 사항 등 이용자가 유의해야 할 내용을 공시하고 대출시 이자율 산정 방식과 산정 근거가 되는 담보·소득에 관한 정보 등을 소비자에게 설명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이에 따라 금리조작 제재안 마련은 속도를 낼 전망이다. 국회에서 어느정도 공감대가 형성된 데다 금융당국이 검토 중인 제도개선안과 비슷한 내용을 담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위원회와 금감원은 지난달 3일부터 '대출금리 제도개선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부당금리 재발을 방지하기 위한 제도개선을 검토 중이다. 크게 △대출금리 모범규준 개선 △공시강화 △ 제재근거 마련을 두고 논의를 진행하고 있다.
금융위 관계자는 "국회에서 발의한 법안과 비슷한 내용을 논의 중"이라며 "다만 은행법 개정 외에 다른 조치들도 여전히 검토하고 있고 올해 안에는 대책을 내놓으려 한다"고 말했다.
여야 의원들은 당국에 부당금리 사태에 대한 엄정한 제재를 촉구하고 있다. 지난달 정무위원회 업무보고에서도 금융당국이 지나치게 신중한 태도를 보이고 있다며 시급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이어졌다.
김관영 의원실 관계자는 "비슷한 법안들이 발의됐다는 것은 국회에서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는 의미"라며 "상정해야 할 안건이 밀려있지만 은행법 개정안을 중점 법안으로 밀고 있기 때문에 8월 상정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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