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핌] 오찬미 기자 = 이스라엘은 지정학적 리스크와 협소한 내수시장이라는 태생적 한계를 기술 투자와 글로벌 시장 진출이라는 확고한 목표로 자연스럽게 발전시킨 국가다. 그 결과 이스라엘 스타트업들은 나스닥(Nasdaq) 상장과 대기업에 의한 기업간 인수합병(M&A)을 활발히 해 올 수 있었다. 이스라엘의 1인당 벤처창업률은 세계 1위에 달하며 나스닥 상장 수는 미국과 중국에 이어 세계 3위다. 스타트업 회수(Exit) 80% 이상이 M&A로 이루어지고 있는 작지만 강한 산업국가. 전문가들은 이스라엘의 경쟁력은 처음부터 국제 시장 진출을 염두에 둔 전략에 있다고 분석한다.
8일 한국무역협회는 우리나라 스타트업기업들도 이스라엘처럼 해외 진출을 목표로 창업하는 '본 투 글로벌(Born to global)' 전략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스타트업이란 창업한 지 얼마 되지 않은 기업으로서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로 빠른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기업이다. 지금까지 국내 스타트업 기업들은 내수시장을 목표로 창업을 해 왔다. 지난해 벤처 정밀실태조사에 따르면 국내 벤처기업의 해외 시장점유율은 1.1%에 그쳤다. 나머지 99%의 국내 기업들은 해외 시장을 당장 진출할 수 있는 시장으로 생각하고 있지 않다는 뜻이다. 실제 해외에 수출하는 국내 기업도 24.1%에 불과했다. 이마저도 중국, 미국 등 일부 국가에 국한돼 있었다.
우리나라는 미국, 중국, 인도 등 내수시장이 곧 글로벌시장인 국가들과 달리 내수 성장이 한정적이기 때문에 수출이 중요한 동력이 된다. 하지만 국내 기업들은 해외시장 정보조차 부족해 해외 수출에 어려움이 큰 것으로 조사됐다. 2017년 벤처 정밀실태조사에서 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 시 겪는 애로사항으로 시장정보 부족(42.9%)을 1순위로 꼽았다. 필요자금 부족(41.0%)과 무역 전문 인력 부족(33.0%), 수출관련 절차적 규제 부담(22.8%) 등 해외 현지의 시장 정보, 통관 및 수출절차, 유통채널과 각종 규제에 대한 정보도 부족한 것으로 조사됐다.
처음부터 글로벌 진출을 목적으로 스타트업 스케일업(Scale-up)을 해나가야 하는 환경임에도 이를 뒷받침할 정책적 지원이 부족했다. 협소한 내수시장이라는 유사한 한계를 지닌 홍콩, 싱가포르, 이스라엘 국가들과 비교해도 우리나라의 글로벌 창업 경쟁력은 뒤쳐져 있다. 이들 국가들은 창업 초기부터 글로벌 경쟁력을 고려해 창업을 시작한다.
이에 국내 스타트업들의 수출 및 해외진출 확대를 적극 지원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누적투자액 상위 100개 스타트업의 한국 사업시 규제 저촉 가능성 [자료=테크앤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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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M&A를 희망하는 벤처·스타트업과 대·중견기업 및 외국계 기업이 매칭 될 수 있도록 컨퍼런스, 매칭데이 등이 더 활성화될 필요가 있다. 국내 스타트업의 M&A는 세계적인 수준과 비교했을 때에도 상당히 저조한 수준이다. 국내 창업 기업은 상장하기까지 평균 12년이 걸리는데 이런 상황에서 스타트업의 회수는 실질적으로 M&A에 의존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실리콘밸리의 M&A 건수는 총 593건에 달한 반면, 같은 기간 국내 스타트업 M&A 건수는 총 29건에 그쳤다. 국내 벤처기업의 경우 전체의 4%만이 M&A를 경험한 셈이다.
신산업 업종 분야의 규제 완화도 스타트업들의 수출을 강화하기 위한 선결 과제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최근 개방형 혁신에 집중하고 있는 동남아 스타트업 생태계에 비해 우리나라 규제 환경은 글로벌 혁신 경쟁에서 도태돼있는 상황이다.
한국 기업의 강점은 기술력과 품질 및 디자인, 인력에 있다면, 약점은 정부규제와 기업문화에 있다고 지적됐다. 실제 지난해 기준으로 '최근 1년 누적 투자액 상위 100개 업체'의 사업 모델을 한국 시장에 적용할 경우, 이들 기업의 70% 이상이 규제 장벽에 막혀 한국에서는 사업을 할 수 없거나 사업 조건을 바꿔야 했다.
스타트업은 4차 산업혁명 시대에 업종 및 기술의 융합을 통해 높은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것이 특징이다. 미국의 실리콘밸리에서는 세계적으로 유명한 기업가치 1조원 이상의 유니콘 스타트업들이 꾸준히 배출되면서 주요국 경제성장 동력으로 성장하고 있다. 경제학자 J. 슘페터가 ‘창조적 파괴’를 통한 기술혁신이 경제 성장에서 중요하다고 강조했듯이 ‘창조적 파괴’의 선봉에 있는 스타트업이 안정적으로 사업을 할 수 있는 환경 구축은 '혁신성장'의 성패를 가른다.
한국무역협회 관계자는 "글로벌 기준에 비추어 파격적인 규제 해소를 계속해나가되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같은 사후 억지력을 확보하거나 기존 사업자의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는 사회적 안전망을 모색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