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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자보험, 실손 중복가입...매년 수십억 '눈먼 돈' 보험사로

기사등록 : 2018-08-08 06: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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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인 시스템 없어…삼성·롯데손보 등 모르쇠
금감원 "중복가입 소지 충분해 보여, 최선의 방안 찾을 것"

[편집자] 이 기사는 8월 7일 오후 4시09분 프리미엄 뉴스서비스'ANDA'에 먼저 출고됐습니다. 몽골어로 의형제를 뜻하는 'ANDA'는 국내 기업의 글로벌 성장과 도약, 독자 여러분의 성공적인 자산관리 동반자가 되겠다는 뉴스핌의 약속입니다.

[서울=뉴스핌] 박미리 기자 = 실손보험은 비례보상 상품이어서 2건 이상 가입해도 중복 보상이 안 된다. 이에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소비자의 불필요한 보험료 지출을 막기 위해 보험사들에 실손보험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갖추도록 했다. 

하지만 해외 여행자 보험은 실손보험(국내치료 보장) 특약을 끼워팔면서도 중복가입 확인 대상에서 빠져있다. 해외 여행자 증가와 함께 이 보험 가입자가 연 500만명을 돌파했다. 그 사이 소비자의 주머니에서 보험사로 흘러들어가는 '눈먼 돈'이 연 20억원 가량으로 추정된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7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실손보험 가입자는 해외 여행자 보험에 가입할 때, 국내치료 보장 특약에 가입하지 않아도 된다. 실손보험이 보장하는 영역이기 때문. 따라서 두 상품에 모두 가입하면 나가는 돈(납입 보험료)은 더 많지만, 받는 돈(지급 보험금)은 똑같다.

하지만 삼성화재, 현대해상, KB손보, 롯데손보 등 국내 손보사들은 해외 여행자 보험 가입 과정에서 고객의 실손보험 중복가입을 차단하지 않고 있다. 금융당국은 작년부터 보험사들에 '실손보험 중복가입 여부'를 확인하는 시스템을 도입하도록 지시했지만 보험사는 지키지 않고 있다. 

예컨대 손보업계 1위 삼성화재는 온라인에서 실손보험을 가입할 때, 보험료 계산을 마치고 '겹치는 다른보험'이 있는지 확인하는 작업을 한다. 고객이 다른 실손보험에 이미 가입돼있는 것으로 나오면, 추가로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없도록 막아놨다.  

국내 여행자 보험에서도 마찬가지다. 삼성화재는 처음부터 상해·질병에 따른 입원·통원 특약을 기본 보험료 항목으로 포함시키지 않았다. 해당 특약을 추가해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면 실손보험과 마찬가지로 '겹치는 다른 보험'이 있는지 확인해준다. 

삼성화재 국내 여행자 보험 가입 중 중복계약 확인 [자료=삼성화재 홈페이지 캡처]

하지만 해외 여행자 보험은 예외다. 처음부터 국내 치료(상해·질병에 따른 입원·통원) 특약이 기본 보험료 항목으로 선택돼 있다. 특약이 선택된 채 보험에 가입하려고 하자 실손보험, 국내 여행자 보험과 달리 중복가입 확인 작업이 이뤄지지 않았다. 

대신 삼성화재는 보험 가입 첫 단계에서 '실손보험에 가입했다면 해외 여행자보험의 국내치료 보장 가입실익이 적을 수 있다'는 유의사항만 조그맣게 적어놨을 뿐이다.

사정은 현대해상, KB손보, 한화손보, 롯데손보, AIG손보, NH농협손보, MG손보 등 다른 손보사들도 대동소이했다. DB손보만 해외 여행자 보험 가입시 실손보험 중복가입 여부를 자동 확인해주는 시스템을 갖췄고, 메리츠화재는 고객에 실손보험 가입여부를 체크하게 했다. 

이에 소비자들의 피해도 적지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보험개발원에 따르면 해외 여행자 보험 가입자는 2012년 215만건에서 2016년 520만건 수준으로 급증했다. 국내치료 특약이 380원(삼성화재 기준)이라 가정하면 매년 20억원 가량 눈먼 돈이 발생하는 셈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국내치료 특약이 실손보험과 중복 보상이 안 되는 것을 모르는 소비자는 가격이 부담이 되는 수준이 아니니 그냥 가입한다"며 "보험사들은 소비자가 불필요한 보험료를 지출할 수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그냥 놔두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금감원 관계자는 "해외 여행자 보험은 주 목적이 해외에서 난 사고에 대한 보상이라는 점에서 과거 시행령에서 중복가입 확인 예외 조항으로 뺐다"며 "하지만 소비자가 중복 가입할 소지는 있어 보인다. 소비자 피해가 없도록 최대한 검토해 최선의 방안을 찾겠다"고 말했다. 


milpark@newspi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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